저희 가방으로



  인천에서 큰아버지와 걷는다. 큰아이는 큰아버지 손을 잡고 작은아이는 혼자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면서 콩콩 달린다. 작은아이는 아주 기쁜 몸짓으로 뛰놀다가 그만 고꾸라진다.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른 채 고꾸라졌기에 볼이 바닥에 쓸리고 코가 빵바닥에 찧는다.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다. 아이들은 넘어지는 모습도 참으로 놀랍다고 다시금 생각하고는, “보라야, 괜찮아. 자 털고 일어서자.” 하고 부른다. 이렇게 말한 뒤 아이를 일으켜세운다. 일으켜세우기 앞서 말부터 들려준다. 작은아이는 으앙 울지만, “자, 보라야, 어제부터 네가 노래한 기차 (장난감) 사러 가야지?” 하고 한 마디 붙이니, 바로 울음을 뚝 그친다. 난 네가 울음을 그칠 줄 알았지. 길바닥에 쓸린 볼을 어루만지고 쓰다듬으면서 “괜찮아. 곧 나아.” 하고 달랜다.


  작은아이는 기차 장난감을 하나 장만하고, 큰아이는 ‘로봇으로 몸을 바꾸는 자동차’ 장난감을 하나 장만한다. 두 아이는 장난감을 저희 가방에 담는다. 저희 장난감은 저희 가방에 담아 저희 등에 멘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두 아이 가방까지 아버지가 맡아서 들어야 했으나, 올해에는 두 아이가 저희 가방을 끝까지 맡아서 멘다. 아주 대견하면서 씩씩하다. 앞으로도 너희 장난감과 연필과 공책과 만화책은 너희 가방에 담아서 들고 다닐 수 있기를 빌어. 아무렴. 4348.2.8.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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