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깎는 값
바깥마실 사흘째 낮에 일산에 닿는다. 아이들은 할머니와 외삼촌을 먼저 만난다. 기쁘게 웃으며 서로 만나는데, 외삼촌이 머리를 깎으러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내가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종이돈을 꺼내서 건넨다. 만 원이면 되겠거니 여기면서 건넸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으니, 요즈음은 사내가 가볍게 다듬는 돈이 만 원이요, 가시내가 머리카락을 다듬으려면 이만 원 즈음 든다고 한다. ‘학생 값’이 만 원일 뿐, 어른은 더 든다고도 한다. 아이쿠, 그러면 만 원짜리를 두 장 주어야 했구나. 참말 하나도 몰랐다. 머리카락을 깎으려고 머리방에 마지막으로 간 지 열다섯 해인지 열여섯 해인지 된 터라, 머리방에서 값을 얼마나 치러야 하는지 몰랐다. 우리 집 아이들도 머리카락을 다듬으러 다니지 않으니, 머리 깎는 값을 알 길이 없었다. 4348.2.8.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