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8. 물 한 모금
물병이 하나만 있으면 목이 마른 두 사람 가운데 하나는 기다려야 한다. 서로 먼저 마시겠다고 다툴 만하다. 이때에 나는 두 아이한테 말한다. 먼저 큰아이한테는 “자, 누나는 늘 동생한테 먼저 마시라고 하렴.” 하고 말한 뒤, 작은아이한테는 “자, 동생은 늘 누나더러 먼저 마시라고 하렴.” 하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두 아이는 물을 마시거나 주전부리를 먹을 적에 으레 서로서로 내민다. “자, 네가 먼저 마셔.” “자, 네가 먼저 먹어.” 이렇게 여러 날이 흐르고 여러 달이 흐른다. 어느덧 이런 삶이 여러 해째 된다. 마실을 하다가 큰아이가 아주 목이 말라서 “물 주셔요.” 하고 말한다.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어 큰아이한테 건넨다. 큰아이는 발갛게 달아오른 볼로 물병을 열고는 동생한테 내민다. “자, 보라야 너 먼저 마셔.” 동생도 몹시 목이 말랐기에 누나가 건네는 물병을 받아 벌컥벌컥 마신다. 이러고서 누나한테 돌려준다. 누나는 동생이 다 마시기를 기다렸다가 마신다. 이런 뒤 동생은 다시 물병을 받아 한 모금 더 마신다. 두 아이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머리를 쓰다듬는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