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좋은 시외버스



  시외버스는 책을 읽기 퍽 좋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이제 시외버스에서 ‘멀미를 어떻게 안 할 수 있는가’를 알았기에, 시외버스에서 기쁘게 글을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책도 예전보다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다만, 아이들을 데리고 시외버스를 타면 아이들과 노느라 바빠서 책을 손에 쥘 겨를이 없다. 참말 아이들과 노는 일이 더 즐거우니, 굳이 책에 손이 안 간다. 시외버스를 여러 시간째 달리다가 어느덧 아이들이 잠들면, 이때에 비로소 책을 살짝 손에 쥔다.


  멀미를 생각하니 멀미가 난다. 멀미를 생각하지 않으니 멀미가 안 난다. 즐겁게 아이들과 노니, 집에서도 시외버스에서도 즐겁다. 즐겁게 책을 손에 쥐니, 어느 책을 펼치든 즐거운 이야기가 흐른다. 그러니까, 꼭 시외버스가 아니어도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셈이요, 굳이 책이 아니어도 삶을 읽거나 이웃과 만나는 기쁨을 누릴 만하다. 4348.2.6.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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