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버지댁에 가기
오늘 아침에 문득 어느 일 하나가 떠오르면서 두 아이를 데리고 바깥마실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한다. 왜 갑자기 어느 일이 떠오를까. 나도 잘 모른다. 다만, 두 아이를 데리고 인천에 먼저 들러서 큰아버지를 뵙게 하고, 서울에 볼일을 보러 하루 다녀온 뒤, 일산으로 건너가서 이모와 이모부와 외삼촌과 외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모두 만나도록 해야겠다고 느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상주를 거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때 두고볼 노릇이다.
두 아이를 데리고 읍내마실을 한 요 열흘 사이에 작은아이는 자꾸 ‘보라 빛깔 버스’를 이야기했다. 지난달인가 지지난달에 고흥과 인천을 오가는 시외버스가 생겼다. 하루에 석 대가 오간다. 작은아이는 시외버스에 적힌 글씨를 읽지 못하지만 “저 버스 타고 싶어.” 하는 노래를 내내 불렀다. 그래, 오늘 하루 자고 나면 ‘보라 빛깔 버스’를 타고 인천에 갈 수 있겠구나. 아마 다섯 시간 남짓 걸릴 테지.
고운 꿈을 꾸면서 잘 자렴. 아침에 모두 일찍 일어나자. 그리고, 너희 둘은 아침에 집에서 똥을 누고 가자. 아버지는 일찌감치 일어나서 굴부침개를 할 텐데, 아무쪼록 시외버스에서 맛나게 먹자. 4348.2.4.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