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그림에 담는 마음



  여덟 살 큰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나는 나대로 내 그림을 다 그린 뒤 물끄러미 지켜봅니다. 큰아이는 크레파스를 마음껏 놀립니다. 천천히 놀리다가 빠르게 놀립니다. 여덟 살 큰아이는 여덟 살에 걸맞게 마음껏 크레파스를 쥐어 신나게 놀립니다.


  그림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립니다. 그리고 싶지 않은 그림은 그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싶지 않은 그림을 억지로 그려야 한다면 몹시 싫거나 힘들어요.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기에 마음을 활짝 열 수 있습니다.


  생각을 그림에 담는 몸짓은 스스로 나아가려는 길로 가려는 몸짓입니다. 생각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손놀림은, 손수 지으려는 삶을 깊고 넓게 헤아리는 손놀림입니다. 남이 내 몫을 생각해 줄 수 없고, 내가 남 몫을 생각해 줄 수 없습니다. 저마다 제 삶을 스스로 생각합니다.


  아이한테 즐거운 놀이는 아이가 손수 찾습니다. 어른한테 기쁜 일은 어른이 손수 찾습니다. 어른이 아이와 놀아 줄 수 있고, 아이가 어른 곁에서 심부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놀이는 아이가 손수 찾아서 즐기기 마련이요, 모든 일은 어른이 스스로 지어서 누리기 마련입니다. 생각을 스스로 지어서 그림을 스스로 그릴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철이 듭니다. 4348.2.4.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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