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지붕 고드름 책읽기
함석지붕에 고드름이 맺힌다. 새마을운동 바로 뒤에는 이런 고드름을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먹었을 테고, 요즈음도 이런 고드름을 거침없이 먹을 아이들이 많으리라 본다. 아이들은 그냥 재미 삼아서 먹는다. 이제 웬만한 어른들은 함석지붕이 슬레트지붕이요, 슬레트지붕이 석면지붕인 줄 안다.
새마을운동이랍시고 풀짚지붕을 석면지붕으로 갈아치우도록 내몬 군사독재정권은 저희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안 밝힐 뿐 아니라, 뒤에서 몰래 석면지붕을 나랏돈 들여서 조금씩 없앤다. 한꺼번에 없애려 들면 모든 사람이 다 알아채니까, 한꺼번에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석면지붕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시골사람이 아주 많을 뿐 아니라, 웬만한 지식인이나 인문학자조차 석면지붕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모르기 일쑤이다.
고드름은 어느 지붕에 열려도 참말 수정과 같다. ‘수정 고드름’이라는 이름은 괜한 말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날 어떤 ‘수정’을 얻고, 어떤 고드름을 만나는가. 그야말로 해말간 고드름을 만나는가, 아니면 고드름조차 못 만나는가, 아니면 아이들이 만지거나 먹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고드름만 둘레에 있는가. 4348.2.3.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