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값을 왜 비싸다고 여길까
책값이 비싸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책 한 권이 ‘내 삶으로 맞아들일’ 만하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읽고 싶다’거나 ‘읽어야겠다’고는 여기더라도, 어느 책 하나를 ‘내 삶으로 맞아들일’ 만하다고 여기지 않을 적에는, 늘 책값이 비싸다고 여깁니다.
책값을 고스란히 치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책값을 놓고 싸다거나 비싸다거나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사야 할 책이니 사고, 읽어야 할 책이니 읽으려 할 뿐입니다. 주머니에 있는 돈이 모자라다면, 남한테 빌려서라도 책값을 댑니다. 때로는 외상을 걸고, 때로는 돈을 더 모아서 다음에 책을 장만하려고 합니다. 이들은 책 한 권이 ‘내 삶으로 맞아들일’ 만하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책값을 보지 않습니다. 무엇을 볼까요? 오직 ‘책을 봅’니다. 책을 보는 사람은 책값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책을 바라보는 사람은 책값에 휘둘리거나 휩쓸리지 않습니다.
내가 읽을 책을 사야 하니까 사는 사람은, 책값이 더 싸다고 해서 그쪽으로 눈이 가지 않습니다. 내가 읽을 책을 장만하려고 하는 사람은, 내가 사려는 책값이 퍽 높다 싶으면 그만 한 돈을 벌려고 일을 합니다.
책값이 비싸다고 느낀다면, 왜 비싸다고 느끼는지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책값이 싸다고 느낀다면, 왜 싸다고 느끼는지 먼저 헤아려야 합니다. 싼 책을 고르는 사람은 ‘읽을 책’이 아닌 ‘값싼 물건을 쟁이려’는 몸짓입니다. 비싼 책을 부러 고르는 사람은 ‘읽을 책’이 아닌 ‘집에 모셔서 남한테 자랑하려’는 몸짓입니다.
우리가 읽을 책은 그저 책입니다. 우리는 장식품이나 골동품을 모으지 않습니다. 우리는 책에서 삶을 읽으면서 내 삶을 새롭게 가꾸고 싶습니다. 내 삶을 새롭게 가꾸는 길에 동무가 되니까 책을 기쁘게 맞아들입니다. 4348.2.2.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