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괭이밥꽃 마주하는 마음



  볼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봅니다. 왜냐하면 보려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볼 수 없는 사람은 언제나 못 봅니다. 왜냐하면 안 보려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보려는 마음과 안 보려는 마음은 늘 엇갈립니다. 보려는 마음이 되어 서로 살가이 사귀고, 안 보려는 마음이 불거지면서 서로 어긋나거나 다툽니다.


  가을에 괭이밥꽃이 핍니다. 겨울에는 피지 않습니다. 봄이 되면 새롭게 피고, 여름이 되면 흐드러지게 핍니다. 이 꽃은 우리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 할까요. 우리는 이 작은 꽃을 어떤 눈길로 바라보려 할까요.


  고작 어른 새끼손톱만 한 자그마한 꽃송이인데, 이 꽃송이를 알아보면서 걸음을 멈출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장미꽃이나 동백꽃쯤 되어야 비로소 알아볼 만할까요? 장미꽃이나 동백꽃쯤 되지 않으면 꽃내음을 맡을 수 없을까요. 문득 궁금해서 가을괭이밥꽃을 까망하양빛으로 사진 한 장 찍습니다. 까망과 하양으로 나뉜 누리에서 가을괭이밥꽃은 매우 하얗게 빛납니다. 4348.1.3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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