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10] 조각놀이



  두 아이를 데리고 읍내마실을 갑니다. 두 아이가 쓸 새 연필깎이를 장만하러 가는 길입니다. 두 아이는 저마다 제 마음에 맞는 연필깎이를 하나씩 고릅니다. 그림종이를 두 권 장만한 뒤, 더 고를 것이 있나 살피니 ‘미니퍼즐’이라는 이름이 붙은 ‘조각맞추기 놀이판’이 네 가지 보입니다. 잘 되었구나, 이 놀잇감을 더 장만하면 재미있겠네. 두 아이를 불러 너희 마음에 드는 빛깔을 하나씩 고르라 이릅니다. 큰아이는 노란 바탕에 꽃나비 그림이 깃든 ‘조각맞추기 놀이판’을 고르고, 작은아이는 푸른 바탕에 무당벌레 그림이 깃든 ‘조각맞추기 놀이판’을 고릅니다. 다른 두 가지도 더 고를까 싶으나, 다음에 고르기로 합니다. 왜냐하면, 오늘 읍내마실은 오직 두 아이 선물을 장만하려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작은아이는 ‘자동차 모습을 한 연필깎이’ 하나만으로 마음이 부풉니다. 다른 놀잇감은 아예 안 쳐다봅니다. 연필깎이인 터라 굴러가지 않는데, 그저 ‘자동차 모습을 한 연필깎이’만 굴리면서 놉니다. 큰아이는 조각맞추기가 잘 안 된다면서 아버지한테 가져옵니다. 그래서 ‘조각놀이’는 어떻게 하는가를 몸소 보여줍니다. 잘 보렴 아이야, 조각놀이를 할 적에는 억지로 조각 하나를 이곳으로 가져다 놓으려면 안 되지, 네가 이 모습을 본대서 처음부터 할 수 있을 수 있고, 어쩌면 한참 해 보아야 할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해든 다 좋으니, 처음에는 아버지가 맞추는 손놀림을 보렴. 이 조각이 저쪽으로 가려면 천천히 돌고 돌아서 간단다. 그렇지? 조각이 하나씩 맞으면서 그림이 드러나고, 그림이 드러나면서 짠, 이야 다 맞추었지? 오늘 저녁은 이제 코 자고, 이튿날 아침에 네가 스스로 혼자 해 보렴. 4348.1.2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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