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들려주는 목소리



  나무가 들려주는 목소리를 사람이 듣는다면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바람이 들려주는 목소리를 사람이 듣는다면 사랑은 어떻게 달라질까. 돼지와 소와 닭이 들려주는 목소리를 사람이 듣는다면 오늘 하루는 어떻게 달라질까. 만화나 영화에서는 나무나 돼지뿐 아니라, 꽃이나 돌멩이나 연필이 사람처럼 움직이면서 말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머릿속으로 지은 생각이니 이렇게 될까? 아니면 꽃이나 돌멩이나 연필한테도 넋이 있기에 말을 하거나 움직일 수 있을까?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이 아니라, 서로를 깊고 넓게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아무런 마음이 없이 툭툭 뇌까리는 말이 아니라, 사랑을 깊고 짙게 담아서 따사롭고 너그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우람한 나무 한 그루가 뽑힌다. 이 나무를 뽑은 사람은 어떤 생각이나 마음이었을까. 나무가 죽었다고 여겼을까. 무엇을 보고 나무가 죽었는지 산지 알 수 있는가. 여러 해쯤 새잎을 틔우지 않으면 나무가 죽었을까. 겉보기로 가지나 줄기가 말라 보여서 죽었다고 여길 만할까.


  나무도 잠을 잔다. 나무도 힘들거나 외롭거나 지치면 잠을 잔다. 저를 아끼거나 사랑할 이웃이나 동무가 없으면, 나무도 그만 힘들거나 외롭거나 지쳐서 잠을 잔다. 나무는 한두 해를 살거나 백 해쯤 사는 목숨이 아니다. 즈믄 해를 살고 오천 해를 살기도 한다. 그러니, 나무가 잠을 잔다면 몇 해쯤 잘까? 나무한테 백 해란 긴 나날일까, 짧은 나날일까?


  커다란 나무이든 작은 나무이든, 나무를 베거나 자르거나 뽑아야 한다면, 나무한테 먼저 말을 걸고, 나무가 우리한테 이야기를 들려줄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빈다. 아픈 나무가 많고, 앓는 나무가 많다. 나무가 아프고 앓듯이, 오늘날 이 사회에서도 아프고 앓는 사람이 많다. 사람은 왜 아프거나 앓을까? 나무는 왜 아프거나 앓을까? 이를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빈다. 4348.1.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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