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 TV 뉴스



  경기 고양시 백석역에 있는 버스역에서 순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아침 여덟 시부터 달리는 이 시외버스는 순천에 낮 한 시나 되어서야 닿을 듯하다. 그런데, 이 시외버스는 아침 여덟 시부터 낮 한 시가 거의 다 된 이즈막까지 내내 TV를 튼다. 누가 보라고 틀까? 버스에 탄 사람들을 죽 둘러보니, 나 말고는 깨어서 움직이는 사람이 없는데, 누가 보라고 틀까? 그렇다고 버스 일꾼이 TV를 볼 수 있지도 않다. 왜 트는가? 잠든 사람들 머릿속에 저 텔레비전 소리가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일까?


  시외버스 TV 뉴스는 ‘사건·사고’를 참으로 꼼꼼히 보여준다. 어떤 손놀림으로 다른 사람 것을 훔치거나 가로채는지 밝힌다. 왜 이럴까? 그러니까, ‘아직 훔치거나 가로챌 줄 모르는’ 사람들더러, 앞으로는 제 이웃이나 동무한테서 ‘이렇게 훔치거나 가로채라’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범죄 수법’과 ‘피해 금액’을 왜 이다지도 꼼꼼하면서 큼지막하게 ‘가르쳐’ 주는가? 4348.1.2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삶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