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늘 기다립니다



  아이는 늘 기다립니다. 기다리면서 지켜봅니다. 아이가 놀라운 넋이라고 하는 까닭은, 아이는 늘 기다리면서 지켜보는 숨결이기 때문입니다.


  어른인 내 모습을 돌아보셔요. 어른인 나는 무엇을 하는가요? 어른인 나는 기다리나요? 어른인 나는 지켜보나요? 기다리지 않고 지켜보지 않은 채 아이를 닦달하는 내 모습을 똑바로 똑똑히 느껴야 합니다.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이제껏 제대로 못했다면, 그저 이제껏 제대로 못했을 뿐입니다. 어버이로서 아이와 함께 삶을 누리지 못했다면, 그저 이제껏 제대로 삶을 누리지 못했을 뿐입니다.


  아이는 열 살까지 지켜보고, 스무 살까지 지켜보고, 쉰 살까지 지켜보고, 백 살까지 지켜봅니다. 늘 지켜봅니다. 어버이로서 아이와 무엇을 하면서 어떤 사랑을 나누고 싶은지 생각해 보셔요. 그러면 다 됩니다.


  어버이가 밥을 지으면, 밥내음을 맡으면서 기다리는 아이입니다. 어버이가 돈을 벌려고 일터에 가면, 어버이가 돈을 다 벌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아이입니다. 어버이가 배움길을 떠나면, 어버이가 잘 배우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아이입니다. 어버이가 저를 재우려고 잠자리를 마련해서 누이면 자장노래를 불러 주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겨 주기를 기다리는 아이입니다.


  사랑스레 기다리는 아이를 사랑스레 품어요. 사랑스레 꿈꾸고 지켜보는 아이하고 두 눈을 맑게 맞추면서 마음을 읽어요. 4348.1.2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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