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 맨션 4 토성 맨션 4
이와오카 히사에 지음, 박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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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454



내 마음에서 피어나는 별꽃

― 토성 맨션 4

 이와오카 히사에 글·그림

 박지선 옮김

 세미콜론 펴냄, 2012.10.8.



  별이 마치 꽃과 같이 되어 내 마음속에서 피어납니다. 처음에는 한 송이, 곧 두 송이, 이내 세 송이, 이윽고 네 송이, 차츰차츰 늘어 숫자로는 도무지 셀 수 없이 환하고 맑은 별잔치가 이루어집니다. 별잔치는 별꽃잔치요, 별꽃잔치를 누리는 내 마음은 아늑하면서 넉넉합니다.


  아마 내 이웃과 동무도 이렇게 아늑하면서 넉넉한 마음일 테지요. 내 둘레에 있는 모든 사람들도 마음자리가 아늑하면서 넉넉할 테지요. 그러나, 이러한 마음을 잊거나 잃으면서 자꾸 헤매고 또 헤매며 거듭 헤매는구나 싶어요. 즐겁게 나아가는 길보다는 아프게 맴돌이를 하고, 기쁘게 노래하는 길보다는 스스로 괴롭히는 짓까지 일삼아요.



- ‘어쩌면 지금 창을 닦는 게 시험을 위한 연습 때문이라 해도, 난 그저 지금까지처럼 착실히 일에 임할 뿐이다. 평소 손에 익은 감각을 느끼며 늘 그랬던 것처럼.’ (14쪽)

- “맘을 비워. 애초부터 재능 따윈 없었다고 생각해. 물론 얼마만큼 성과를 보이는지도 중요하겠지만, 지금까지 쌓아 온 경험 하나하나가 모여 앞으로 살아가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줄 테니까.” (19쪽)



  이와오카 히사에 님이 빚은 만화책 《토성 맨션》(세미콜론,2012) 넷째 권을 읽습니다. 《토성 맨션》 넷째 권에서는 ‘별에서 별을 보는’ 이야기와 ‘별에서 별이 되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별에서 별을 보는 이야기란 무엇일까요. 내 마음이 별이기에 내 이웃과 동무 마음도 별이고, 서로 별이기에, 내가 나를 느끼면서 너를 바라보면, 나는 별에서 별을 봅니다.


  별에서 별이 되는 이야기란 무엇일까요. 내 마음에서 태어난 별꽃은 네 마음에서도 태어나는 별꽃이기에, 우리가 서로 손을 맞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면, 다 함께 별에서 별이 됩니다.



- ‘남들한텐 모범이 되고, 가족들을 소중히 여기고, 내 곁엔 이렇게나 가까이에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거야.’ (33쪽)

- “그게 미쓰의 좋은 점이잖아요. 소심하니까 고객 마음도 살필 수 있는 거고요.” “누군 못 살핀단 말이냐.” “이번 일을 계기로 일어설 거예요.” (46쪽)



  삶은 아름답지도 안 아름답지도 않습니다. 삶은 언제나 삶입니다. 삶은 언제나 삶인데, 이러한 삶에 옷을 하나 입힙니다. 옷을 하나 입히니 새롭습니다. 새롭게 태어난 삶에는 이제부터 아름다움이라는 빛이 생깁니다. 다른 옷을 하나 더 입히면서 다시 새롭고, 다시 새로우면서 새삼스러운 아름다움이 빛으로 자랍니다.


  그러면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아름다움을 사희의식이나 가치판단이나 법이나 제도 따위로는 잴 수 없습니다.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일 뿐입니다. 이것은 아름다운데 저것은 안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이것이 저것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삶이 삶이 되면서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이 됩니다. 지구별에서 사는 모든 사람은 저마다 아름다운 숨결로 빛납니다.



- “전설의 창문닦이로 남진 못하더라도, 난 좀더 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소중히 하고 싶어.” (56쪽)

- “미쓰, 나 솔직히 창문닦이 일 같은 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많아.” “네?” “창문 따위 닦는대도 밖을 바라볼 수 있는 건 혜택 받은 사람들뿐이잖아? 그런데도 창문닦이들은 목숨을 걸고 이 일을 하고, 대체 뭘 위해서?” (60쪽)



  삶이 삶이 되도록 가로막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이 누군가는 사람이 스스로 사람이 되지 못하도록 가로막습니다. 이 누군가는 스스로 사람이 아니기에, 둘레에 있는 사람들이 그들 스스로 사람다운 넋인 모습이 못마땅합니다.


  내가 사람됨을 잃으면 나는 내 둘레에 있는 사람들도 사람됨을 잃기를 바라면서 이러한 길로 갑니다. 내가 사람됨을 찾아서, 삶과 사람으로서 사랑을 지을 수 있으면, 나는 이러한 사랑을 둘레에 나누는 숨결이 됩니다.



- “저는 오랜 시간 혼자였습니다. 그래서 누구와도 얘기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에게 확인하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확인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왜 혼자가 되고 싶스빈까? 저는 아무 지령도 받지 못했고, 단지 이곳에 있을 뿐입니다.” (136쪽)



  꽃을 노래합니다. 별꽃을 노래합니다. 내 마음밭에서 피어나는 별꽃을 노래합니다. 내 노랫소리를 듣고 내 이웃과 동무와 곁님도 마음밭에서 별꽃을 피웁니다. 별꽃을 피운 이웃과 동무와 곁님이 함께 노래하고, 함께 춤을 추며, 함께 꿈을 꾸고, 함께 웃습니다. 우리 삶은 별꽃이 피는 아름다운 노래잔치입니다. 4348.1.2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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