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 적에는 먹지 않는다



  나는 무엇을 배울 적에는 따로 아무것도 먹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서 배우려고 하면, 배우다가 배가 고파서 힘들지 않느냐 하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나로서는 무엇을 배울 적에 아무것도 먹을 수 없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밥은 몸을 살리는 기운이고, 배움은 마음을 살리는 기운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살리는 기운을 맞아들이면 때와 곳(시간과 공간)을 잊습니다. 마음을 살리는 기운을 받아들이면 때와 곳을 넘어섭니다. 이를테면, 마음을 살리는 기운을 배울 적에는 시간이 가는 줄 잊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잊으며, 내 몸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가 하는 대목을 모두 잊습니다. 그러니까, 먹을 수 있는 몸이 없습니다. 내 삶을 가꾸는 길을 알려주는 슬기로운 이야기를 배운다고 할 적에는, 오직 내 마음만 있으니 ‘밥을 먹으려 한다 하더라도, 밥을 집어넣을 입이 없는’ 셈입니다. 4348.1.2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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