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로 천천히
혼자 지냈어도 손글씨를 썼으리라. 곁님하고 둘이서만 지냈어도 손글씨를 썼으리라. 그리고 두 아이와 살면서 손글씨를 쓴다. 이웃과 동무를 만나는 자리에서 손글씨를 쓴다. 손으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손으로 밥도 짓고 춤도 춘다. 손으로 호미를 쥐고 자전거 손잡이도 잡는다. 이 손으로 온갖 일을 하고 갖은 놀이를 누린다. 손으로 천천히 글을 쓰는 하루는, 손으로 찬찬히 이야기를 짓는 하루가 된다. 4348.1.1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