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터놀이 23 - 섣달 그믐날 물놀이
한 해가 저무는 섣달 그믐날에 빨래터에 가서 물이끼를 걷는다. 동짓날을 지나서 해가 살짝 길어지기는 했지만 아직 바람이 차기에 옷을 단단히 입힌다. 아버지가 혼자서 맨발로 물에 들어가서 치우는 동안 두 아이는 빨래터와 샘터를 오락가락하면서 놀더니, “아버지, 발 안 시려?” “아버지, 손 안 시려?” 하고 묻다가는, “보라야, 우리 아버지 도와주자.” 하고 말하면서 막대솔로 신나게 물을 민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 하나에다가, 이 겨울에도 물놀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 하나 있었을 테지. 해가 높이 솟아 빨래터나 샘터로 볕이 비추면 물이 따슨데, 해가 기울면서 볕이 안 비추면 물이 얼음장 같다. 손발이 시려서 한참 물이끼를 걷다가 해 나는 곳으로 나와서 손발을 녹였는데, 이 아이들은 긴신을 꿰고는 옷이 젖든 말든 물을 실컷 튀기면서 논다. 4348.1.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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