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발자취 5 - 시간여행 카스가연구소
요시즈키 쿠미치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450



너한테 다가서는 길

― 너와 나의 발자취 5

 요시즈키 쿠미치 글·그림

 정은서 옮김

 서울문화사 펴냄, 2014.12.28.



  이 길을 따라서 천천히 가면 지구별을 한 바퀴 돌 수 있을까요. 이 길을 따라서 가면 막다른 골목이 나올까요. 이 길 끝에는 바다나 냇물이 저쪽으로 건너가지 못하도록 가로막을까요.


  마당을 빙글빙글 돕니다. 낮에는 구름을 올려다보면서 마당을 돌고, 밤에는 별을 올려다보면서 마당을 돕니다. 구름을 올려다볼 적에는 파랗게 눈부신 낮빛이 내 몸으로 스미고, 별을 올려다볼 적에는 하얗게 부서지는 밤빛이 내 마음으로 젖어듭니다.


  우리 집 마당에서 함께 사는 나무와 풀과 벌레와 새는 낮밤으로 구름빛과 별빛을 늘 나란히 받으면서 하루를 누립니다. 같은 바람을 마시고, 같은 볕을 쬐며, 같은 달빛을 받습니다.



- “너는 얼굴도 예쁘니까, 웃으면서 꽃을 기르면 아마 다들 널 좋아할 거야.” (13쪽)

- ‘사랑했기 때문에 남을 해치고, 애가 탔기 때문에 망설이고, 좋아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네 행복을 빌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것이 아사키, 너의 대답. 네가 9년에 걸쳐서 만든, 널 대변해 주는 이 광경. 이 광경을 본 덕분에, 난 이제야 겨우 날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27쪽)





  너한테 다가서는 길은 내 마음을 여는 길입니다. 나한테 다가오는 길은 네가 마음을 여는 길입니다. 서로 만나려면 서로 마음을 엽니다. 서로 사귀려면 서로 마음을 덥힙니다. 내 마음에 네가 들어올 수 있도록 내 마음을 열고, 내 품에 네가 포근히 안기도록 내 마음을 덥혀요.


  꽃길을 걸으면서 꽃내음을 맡습니다. 내가 가는 길도 네가 오는 길도 언제나 꽃길이 되기를 바랍니다. 숲길을 걸으면서 숲빛을 먹습니다. 내가 가는 길도 네가 오는 길도 노상 숲집이 되기를 바랍니다.


  함께 있기에 즐거운 지구별이고, 같이 살기에 아름다운 지구마을이라고 느낍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이든 아르헨티나라는 나라이든, 캐나다라는 나라이든, 칠레라는 나라이든 모두 즐거우며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이 별에서 같은 숨을 쉬면서 같은 꿈을 꿉니다.



- ‘난 결국, 사람에게 완전히 절망할 수조차 없었어. 언니, 미안해. 애써서 잃어버린 도시와 같이 연구소를 건립했지만, 나에게는 무리였어. 하지만, 우유부단한 나치고는 혼자서 많이 노력했지? 조금은 칭찬해 줄 거지? 언니.’ (40∼41쪽)

- “기뻤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미소가 이렇게나, 이렇게나 나에게 기쁨을 가져다줄 줄은.” “‘이유’ 같은 건 없어. 인간의 행복은 무조건적으로 기쁜 거야!” (88쪽)





  요시즈키 쿠미치 님이 빚은 만화 《너와 나의 발자취》(서울문화사,2014) 다섯째 권을 읽습니다. 시간이 서로 엇갈리면서 두 번 다시 못 만날 수밖에 없던 두 사람이, ‘엇갈린 시간을 겹치게 하는’ 시간장치를 만들어서 만납니다. 과학이라는 힘을 빌어서 만나는데, 과학이라는 힘을 쓰려면, 기술이 발돋움해야 하지 않습니다. 머리를 써야 합니다. 우리 몸을 이루는 뼈대 가운데 맨 위쪽에 있는 머리를 써서, 온힘을 기울이면, 비로소 과학이 힘을 냅니다. 그러니까, 뇌를 많이 쓸 만큼 힘을 낼 때에 과학이 발돋움하는데, 뇌를 모두 쓸 수 있다면 따로 과학이라는 힘을 빌지 않더라도 만날 수 있어요.


  왜냐하면, 뇌를 모두 쓸 때에는 사람들 누구나 입이 아닌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테니까요. 눈을 감고 입을 닫아도 마음으로 서로 만나고 사귀면서, 아무리 멀리 떨어진 데에서도 기쁘게 이야기꽃을 펼칠 수 있을 테니까요.




- “세상에는 불가사의한 일이 얼마든지 있는걸! 저렇게 사람을 비웃는 놈보다 난 널 믿어!” (120쪽)

- “내가 너 같은 태양처럼 멋진 사람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우연도 기적도 아닌 여동생이 그 장소에 있어 주었기 때문이야.” (173쪽)



  웃음은 과학으로 재지 못합니다. 웃음이 왜 기쁨을 불러일으키는지 과학으로 밝히지 못합니다. 노래는 과학으로 따지지 못합니다. 노래가 왜 즐거움을 북돋우는지 과학으로 캐내지 못합니다.


  시 한 줄이나 춤 한 자락을 과학으로 짓지 못합니다. 마음에서 일어난 아름다운 가락이 시로 태어납니다. 마음에서 일으킨 사랑스러운 숨결이 춤으로 거듭납니다.


  너한테 다가서는 길은 이런 까닭이나 저런 핑계가 아닙니다. 티없이 맑은 마음으로 너한테 다가섭니다. 나한테 다가오는 길은 이런 구실이나 저런 실마리가 아닙니다. 가없이 밝은 사랑으로 나한테 다가옵니다. 서로 아름답게 만나고, 서로 기쁘게 사랑하고 싶어서, 마음을 가꾸어서 어깨동무를 합니다. 4348.1.1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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