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오브 파이 : 일반판 (1disc)
이안 감독, 이르판 칸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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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 2012



  ‘파이’라고 하는 사람은 스스로 삶을 지었다. 어릴 적부터 스스로 생각을 기울여 하루를 지었고, 어른이 된 뒤에도 언제나 하루를 새롭게 지었다. 다만, 아이에서 어른이 되었을 뿐인데, ‘파이’는 드넓은 바다에서 꽤 오랫동안 떠돌아야 하던 무렵에 천천히 철이 든다. 삶이 무엇인가 하는 대목을 온몸으로 맞아들이면서 이제껏 겪거나 누리지 못한 숨결을 헤아린다.


  밥이란 무엇인가. 목숨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이고, 이 지구별은 무엇인가. 하늘은 어떤 빛이고, 바다는 어떤 물결인가. 나와 범은 서로 어떤 사이요, 나와 어머니와 아버지는 또 어떤 사이인가.


  ‘파이’는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이름이 있지만, 이 이름 말고 스스로 제 넋을 담은 이름을 새롭게 짓고는, 이 이름에 걸맞게 스스로 씩씩하게 다른 길을 걸었다. 이 다른 길은 파이가 스스로 거듭나는 철든 사람이 되는 길이요, 이 길을 걸어가면서 파이는 다른 어느 누구도 겪거나 누리지 못한 새로운 빛물결을 맞아들인다.


  그러니까, 파이한테는 파이 이야기가 있다. 파이로서 이녁 삶이 있기 때문이다. 나한테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나한테는 내 삶이 무엇이라 할 만한가. 내가 걷는 길은 어디이고, 내가 걷는 길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듣고 겪고 헤아리는가.


  하늘이 열리는 길을 걸어간 파이는 우리한테 어떤 이야기를 속삭이는가. 내가 겪는 삶은 내 이웃한테 ‘하늘이 열리는 길’을 밝히거나 알릴 만한 이야기가 흐르는가. 비쩍 말라 뱃가죽이 들러붙은 범을 무릎에 누이고 머리를 쓰다듬는 파이는 두 손에 따스한 사랑을 지어서 아름답게 다시 태어났다. 4348.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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