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푸는 밥



  큰아이가 여덟 살로 접어든다. 이야, 여덟 살이로구나. 새해란 참 멋있구나. 한 해가 지나면 누구한테나 ‘한 살’이라는 나이를 새롭게 주니 참으로 멋지구나. 일곱 살에서 여덟 살로 거듭난 큰아이가 앞으로 살림순이로 씩씩하게 뛰놀기를 바라면서 밥주걱을 맡긴다. 자, 아이야, 네가 밥을 퍼 주렴. 동생 밥도 어머니 밥도 아버지 밥도 퍼 주렴. 네 밥도 네가 푸렴. 솔솔 김이 나는 따끈따끈한 밥을 함께 먹자. 네 아버지도 어릴 적에 너처럼 밥주걱을 손에 쥐어 아버지와 어머니와 형한테 밥을 퍼 주면서 설레었지. 나도 한몫 할 수 있는 사람이로구나 하고 느꼈고, 나도 이제 아귀힘이 제법 붙어서 살림 한 자락을 살며시 잡을 수 있구나 하면서 기뻤단다. 밥주걱부터 단단히 쥐고 여덟 살을 아름답게 누리면, 곧 네 부엌칼을 얻을 수 있고, 머잖아 네 손으로 불을 일으켜 밥을 짓고 국을 끓일 수 있어. 4348.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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