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을 쓰려고 한 까닭
나는 왜 글을 쓰고, 이 글을 왜 묶어서 책으로 펴내려 하는가. 내 이웃과 동무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곁에 있는 사랑스러운 사람들한테 새로운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퍼뜨리는 딱딱하게 굳은 사건이나 사고가 아닌, 학자와 지식인이 교과서나 논문으로 읊는 메마른 학문이나 지식이 아닌, 손수 지어서 누리는 삶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꿈을 들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책을 내놓으면 무엇을 하나. 이 책을 이웃과 동무한테 나누어 주지. 이웃과 동무는 내 책을 기꺼이 장만해서 읽어 주기도 할 테고, 이웃과 동무가 내 책을 장만하기 앞서 살포시 선물하기도 할 테지.
이야기를 선물하고 싶어서 글을 쓰고 책을 묶는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써서 책으로 엮는다. 이야기는 입으로 주고받기도 하지만, 두고두고 남겨서 물려줄 수 있으니, 글을 빌어 책이라는 꼴로 새롭게 짓는다. 이를테면, 한국말사전이라든지 책놀이라든지 전국 골골샅샅에 있는 헌책방이라든지 사진길을 걷는 기쁨이라든지 아이와 얼크러지는 하루라든지, 어느 이야기이든 나부터 스스로 웃고 노래하는 눈빛을 글에 담아서 책으로 여민다.
듣고 읽으면서 함께 기뻐할 이웃과 동무가 있는 삶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쓰고 지으면서 함께 즐거운 이웃과 동무가 있는 삶이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어도 곧 찾아올 봄볕에 누그러진다. 겨울바람이 드세게 불어도 곧 찾아올 봄꽃 옆에 가만히 앉아서 꽃내음을 맡는다. 4348.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