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마흔 해 남짓 살며 광주에서 언제 하룻밤을 묵었을까. 안골에 깃든 길손집에 깃들어 따뜻하게 난다. 이 길손집에 꽤 많은 이들이 다녀갔겠지. 저마다 새 이야기를 찾아 이 자리를 거쳤을 테지. 고흥을 떠난 시외버스는 주암못 둘레를 구비구비 돌았고, 오늘 다시 그 길을 구비구비 돌겠구나. 광주에 닿은 뒤에는 택시를 타고 자가용을 얻어타고 예쁜 밥집과 찻집에 들면서 이곳 바람을 쐰다. 서른 몇 해 앞서 군사쿠테타는 왜 다시 일어났을까. 서울에서는 그 많은 똑똑한 사람과 힘이랑 돈이 있는 참말 그 많은 사람들이 사랑과 꿈으로 가득한 평화 평등 자유로 나아가려 하지 않았을까. 광주시외버스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계림동 쪽으로 달리다가 비탈진 골목 한켠에 비탈밭을 정갈히 가꾼 모습을 보았다. 재개발을 들이대고 돈을 밀어붙이면 번듯해 보이는 건물이 설 테지만, 흙과 풀과 나무가 죽는다. 돈과 권력이 아무리 대단해 보인들, 숨을 못 쉬면 다 죽는다. 숨을 쉬도록 숲과 시골이 있어야 하고, 도시에도 숲과 들이 우거져야 비로소 숨을 쉰다. 사람들이 책을 자꾸 안 읽는 까닭은 숲을 모르고 시골과 등지기 때문이지 싶다. 삶을 모르는 사람이 어찌 사랑을 알겠으며, 어찌 꿈을 노래하겠는가. 4348.1.8.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