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02] 눈썰미



  어릴 적에 둘레 어른들은 으레 ‘눈썰미’라는 낱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옆에서 어깨너머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면서도 잘 따라하거나 배우면 “눈썰미가 좋다”고 했습니다. 흘깃 한 번 보고 나서도 잘 떠올리거나 알아챈다든지, 어떤 것에 깃든 이야기나 숨결을 슬기롭게 읽어낼 적에도 “눈썰미가 훌륭하다”고 했어요. 그런데 요새는 ‘눈썰미’라는 낱말은 좀처럼 못 듣습니다. 요새는 어른이나 아이나 ‘안목(眼目)’이라는 한자말을 씁니다. 이른바 “보는 눈”을 가리키는 한자말인데, 예전에는 어른들이 ‘눈썰미’라는 낱말과 ‘보는 눈’이라는 말마디를 함께 썼어요. “‘보는 눈’이 있구나”라든지 “‘보는 눈’이 좋다”고 했습니다. 나는 집에서 우리 아이들한테 ‘눈썰미’뿐 아니라 ‘눈길·눈매·눈초리·눈높이·눈빛’이라는 낱말에다가 ‘눈결’ 같은 낱말도 씁니다. 일부러 쓰는 셈인데, 우리가 눈으로 무엇을 보고 생각하고 헤아리고 마음에 담느냐 하고 함께 돌아보고 싶습니다. 4348.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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