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3. 학교 잘 다녀올게요



  큰아이는 학교에 보낼 뜻도 없고, 큰아이 스스로도 학교에 갈 뜻이 없다. 서류로 이 일을 꾸미자니 여러모로 번거롭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의무교육만 외치기 때문에 ‘학교 안 다닐 자유나 권리’가 아예 없다. 집에서 지내면서 삶을 배우고 사랑을 누릴 자유나 권리가 없다고 해야겠다. 그러나 이제껏 퍽 많은 이들이 이녁 아이를 입시지옥 의무교육에 집어넣지 않았다. 오십 분 앉히고 십 분 움직이도록 하는 꽉 막힌 틀이 아닌, 몇 가지 교과서 지식만 머리에 집어넣는 틀이 아닌, 시멘트 교실에 가두어 하루 내내 보내도록 하는 틀이 아닌, 홀가분하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삶을 배우도록 하는 길을 아이한테 보여준 어버이가 퍽 많다. 오늘 아침에 일찌감치 일어나서 학교에 갈 짐을 챙긴다. 면소재지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에 맞추어 ‘우리 집 아이’는 ‘학교에 안 보냅니다’ 하는 뜻으로 서류를 쓰러 가는 길이다. 마을 어귀를 지나가는 군내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버스가 안 온다.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가서 자전거를 탄다. 바람이 모질게 분다. 한참 자전거를 달리는데,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한 마디 한다. 바람소리에 묻혀 잘 안 들리지만, “아버지, 바람이, 벼리, 학교 잘 다녀오라고 해요.” 하고 말한다. 그래, 잘 다녀와야지. 너한테는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학교 문턱에 발을 디디는 날이란다. 아니, 서류 때문에 한 번 더 학교 문턱을 밟아야 할는지 모르지만. 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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