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을 연다



  대문을 열려면 키가 커야 한다. 키가 작으면 문고리에 손이 안 닿는다. 문고리에 손이 안 닿으면 방문도 대문도 혼자 못 연다. 키가 자라고 까치발을 할 수 있으면 문고리에 손이 닿는다. 문고리에 손이 닿으니 혼자 씩씩하게 문을 연다. 문을 열고 대문을 나선다. 대문을 나서서 고샅을 달린다. 마을 어귀 빨래터까지 달린다. 빨래터에 손을 담그다가 샘터에 고개를 박고 물을 마신다. 빨래터와 샘터 둘레에서 돋는 꽃과 풀을 바라보고 쓰다듬는다. 이윽고 다시 달려서 집으로 돌아온다. 겨울에도 여름에도 볕은 곱게 드리운다. 언제나 맑으면서 밝은 기운이 퍼진다. 작은아이도 큰아이도 두 어버이도 날마다 새롭게 자란다. 4348.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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