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소년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446



이야기가 태어나는 곳을 돌아보며

― 모험소년

 아다치 미츠루 글·그림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07.9.15.



  이야기가 태어나는 곳은 마음입니다. 모든 이야기는 우리 마음에서 태어납니다. 그래서, 글로든 그림으로든 만화로든 사진으로든 노래로든 춤으로든 영화나 연극으로든, 모두 우리 마음이 어떠한가 하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어느 이야기이든 사람들 마음인 터라, 더 나은 이야기나 덜떨어지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높은 이야기나 낮은 이야기는 없습니다.


  다만, 어느 이야기는 따분하거나 지겨울 수 있고, 어느 이야기는 새롭거나 새삼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어떤 사람은 어느 이야기를 따분하게 느낄까요. 왜 어떤 사람은 어느 이야기를 새롭다고 느낄까요. 따분함과 새로움을 가르는 자리는 무엇일까요. 지겨움과 새삼스러움을 나누는 금은 어디일까요.



- ‘그래, 내가 바라면, 어떤 일이라도.’ (6쪽)

- “질리지도 않고 신나게 뛰어놀았지. 오락실 하나 없는 이런 산 속에서.” (35쪽)






  아다치 미츠루 님이 빚은 짧은만화를 담은 《모험소년》(대원씨아이,2007)을 진작에 읽었으나 책꽂이에 모신 채 여러 해 흐릅니다. 다른 작품을 읽을 적에도 느꼈는데, 앞으로 이분 만화책은 더 읽을 일이 없겠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스스로 한 걸음씩 앞으로 걷는 매무새가 아니라, 언제나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뒷걸음을 하는 매무새라면, 이분 만화책에 흐르는 이야기는 더 볼 만하지 않구나 싶기 때문입니다.


  이녁은 만화를 왜 그리고 싶을까요. 이녁은 만화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요. 이녁은 만화가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요. 이녁은 만화로 어떤 마음을 가꾸는 삶일까요. 만화책 《모험소년》을 읽으며 네 가지를 가만히 헤아리는데, 어느 한 가지도 또렷하게 안 잡힙니다. 청탁이 들어오니 그리고, 돈을 벌려고 그리고, 지면을 채우려고 그리고, 애독자가 있으니 그리고, 만화가라는 직업이니 그리고, 그저 그리고 그립니다.


  무엇이 모험이고, 무엇이 삶일까요. 무엇이 사랑이며, 무엇이 사람일까요.


  만화를 그리는 햇수가 늘어 붓질은 익숙하거나 매끄럽습니다. 그러나, 만화를 그리는 햇수만큼 삶을 지은 햇수가 모여서 이야기를 빚는 숨결이 환하게 드러나지는 않는구나 싶습니다. 한 마디로 간추리자면, ‘아다치 미츠루 이름으로 책이 하나 새로 나왔으니까 장만해서 볼 만하다’일 뿐입니다.





- “언제였더라, 다이고가 도쿄에 왔을 때, 바빴다는 핑계로 바람맞힌 적이 있어. 속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인데도, 녀석은 정말로 아쉬워하며 돌아갔지.” “우린 커져 버린 몸과 함께, 쓸데없는 것까지 키워 버린 모양이군.” (56쪽)

- ‘싸움은 어린애나 하는 짓이다.’ (73쪽)



  훌륭한 만화나 재미난 만화는 따로 없습니다. 놀라운 만화도 신나는 만화는 따로 없습니다. 이야깃감을 무엇으로 삼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이야기에 담는 삶을 스스로 짓고 가꾸어서 들려줄 수 있으면 됩니다. 이야기로 펼칠 사랑을 사람들 사이에서 곱게 갈무리할 수 있으면 됩니다.




- “얘, 꼬마야. 아빠가 오카무라 부동산 사장님 맞지?” “응. 아저씨는 누구야?” “으음, 이 아저씨는 말이지, 몸값을 노린 유괴범이란다.” (118∼119쪽)

- “아까 몸값이 500만 엔이라며?” “200만 엔은 내가 여기저기서 마련했어. 저런 인간에게는 최소한의 힘만 빌리고 싶었거든.” “어째서, 그런 남자랑?” “그때, 나이도 서른이 훌쩍 넘었고, 왕자님을 기다리다 지쳐서 반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어.” (129쪽)



  첫마음이 있다면 첫마음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첫마음이 없다면 이제라도 아직 늦지 않으니 첫마음을 짓기를 바랍니다. 만화를 왜 그리고, 만화를 그려서 누구하고 볼 마음이며, 만화로 이루려는 꿈은 무엇인지 언제나 밝힐 수 있어야 비로소 ‘만화가’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작품을 들여다보든 이러한 이야기가 싱그러운 바람처럼 푸르게 흐를 때에 비로소 ‘만화책’이라고 생각합니다. 4348.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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