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할 수 있는 날



  네 살에서 다섯 살로 넘어서는 작은아이는 혼자 잠옷으로 갈아입을랑 말랑, 또 혼자 잠을 벗을랑 말랑 하면서 하루하루 보낸다. 가만히 지켜보면 혼자 얼마든지 할 만하구나 싶지만, 작은아이는 어버이나 누나 손길을 기다리곤 한다. 조금만 울면 으레 도와주겠거니 여긴다고 할까. 그렇지만 아이야, 네 옷은 네가 입으렴. 네 옷은 네가 벗으렴. 네가 옷을 벗고 갈아입을 적에 안 도와주겠다는 뜻이 아니라, 네 팔힘을 기르고, 네 몸놀림을 가꾸렴. 네가 스스로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너 스스로 한 꺼풀을 벗고 활짝 웃을 수 있어. 잘 보렴. 네 어버이나 누나가 거드는 손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살며시 옷자락 소매만 잡을 뿐이야. 너 혼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단다. 네 아버지가 네 옷자락 소매만 잡으니 아주 수월하게 너 스스로 팔을 빼고 목을 뺄 수 있지? 나머지는 네가 혼자 해내니 그리 기쁘지? 이 느낌과 기쁨을 네 가슴에 깊디깊이 새길 수 있기를 빈다. 네 웃음이 네 삶을 밝힐 수 있는 줄 알아채기를 빈다. 4348.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