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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전하는 편지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71
안소니 프랑크 지음, 티파니 비키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70
편지로 마음을 주고받아요
― 행복을 전하는 편지
안소니 프랑크 글
티파니 비키 그림
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06.6.30.
누군가 나를 해코지하려고 편지를 보내면, 이 편지를 열면서 마음이 쓸쓸하거나 무겁습니다. 누군가 나를 북돋우려고 편지를 보내면, 이 편지를 읽으면서 마음이 가볍거나 즐겁습니다. 누군가 내 동무와 이웃을 괴롭히려고 글을 쓰면, 이 글을 읽다가 마음이 아프거나 괴롭습니다. 누군가 내 동무와 이웃을 사랑하려고 글을 쓰면, 이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설레거나 사랑스럽습니다.
.. 아침으로 우유 한 숟갈과 어제 마시다 남은 식은 차를 마셨어요. 그러고는 생각했지요. ‘할 일이 없는 건 아냐. 같이 할 사람이 없을 뿐이지. 요즘엔 친구들도 통 찾아오질 않아. 누구하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정말 심심해.’ .. (4쪽)
웃음은 늘 웃음을 낳습니다. 웃음은 늘 웃음을 부릅니다. 웃음은 늘 웃음을 심습니다. 그리고, 미움은 늘 미움을 낳습니다. 미움은 늘 미움을 부릅니다. 미움은 늘 미움을 심습니다.
나이가 퍽 어린 사람들이 입에 거친 말을 달고 노는 모습을 곧잘 봅니다. 열서너 살이나 열예닐곱 살일 뿐인데, 입에 몹시 거친 아이들이 있습니다. 거친 말은 어디에서 듣거나 배웠을까요? 바로 어른들이 거친 말을 쓰니까 듣거나 배웠을 테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거친 말을 왜 쓸까요? 마음이 거칠어졌기 때문일 테지요. 아이들은 왜 마음이 거칠어졌을까요? 둘레에서 어른들이 집과 마을과 학교와 사회 모두 거칠게 내팽개치거나 망가뜨렸기 때문일 테지요.
아이들은 거친 집이나 마을이나 학교나 사회에서도 맑거나 착한 마음을 건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스스로 지켜야 합니다. 다만, 어린 아이들더러 ‘모든 일을 너희가 스스로 해야지!’ 하고 윽박지를 수 없어요. 아직 어린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보살핌을 받을 숨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거친 말을 쓴다면, 이는 모조리 어른 탓으로 돌려서 어른이 뉘우쳐야 하고, 어른이 먼저 스스로 바뀌어야 할 일입니다.
.. 들쥐는 편지를 다시 한 번 읽어 보았어요.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열 번을 더 읽어 보았어요. “정말 고마운 편지네! 하지만 누가 보낸 건지 정말 모르겠는걸.” .. (6쪽)
안소니 프랑크 님이 글을 쓰고, 티파니 비키 님이 그림을 그린 《행복을 전하는 편지》(시공주니어,2006)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들쥐가 나오고, 들쥐를 둘러싼 여러 동무와 이웃이 나옵니다. 들쥐는 어느 날부터 까닭 없이 슬프고 고단하며 힘겹습니다. 왜 그러한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어느 날부터 들쥐는 스스로 밥을 제대로 챙기지 않고, 스스로 몸을 가꾸지 않으며, 집도 이냥저냥 어수선합니다.
이날이나 저날이나 늘 똑같이 쳇바퀴를 돌듯이 쓸쓸하며 무거운 날인데, 어느 날 노란빛깔 종이에 적힌 예쁜 편지를 받아요. 난데없이 찾아온 편지를 읽은 들쥐는 갑자기 기운이 솟아 낯을 씻고 몸을 추스르면서 바깥마실을 가기로 합니다.
.. 점심을 먹고 들쥐는 또다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마음은 행복하기 그지없었지요. 자기를 특별하다고 생각한 친구가 누구일까 하도 오랫동안 생각하다 보니, 정말로 자기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들쥐는 이제 박쥐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 (17쪽)
누가 들쥐한테 편지를 썼을까요? 누가 들쥐한테 편지를 부쳤을까요? 왜 들쥐한테 편지를 띄웠을까요? 왜 들쥐한테 편지를 건넸을까요?
어느 한 가지도 알 길이 없습니다. 그저 한 가지만 알 수 있습니다. 즐거움을 그득 담은 편지를 받은 들쥐한테 즐거운 마음이 솟았습니다. 그리고, 즐거움을 그득 담은 편지를 쓴 누군가도 마음속에 즐거움이 그득 솟았을 테지요.
.. “이 편지를 누가 보냈는지 알아내는 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누가 보냈든, 나는 이 편지를 받을 자격이 없어. 난 누구에게도 참다운 친구가 되지 못했으니까. 좋아, 내일부턴 달라질 테야!” .. (21쪽)
보는 사람이 있건 없건 꽃이 피고 집니다. 먹는 사람이 있건 없건 온갖 나물과 열매가 숲에서 돋고 맺다가 집니다. 보는 사람이 있으면 한결 고운 꽃이 될 테지만, 보는 사람이 없어도 꽃은 언제나 곱습니다. 먹는 사람이 있으면 더욱 싱그러운 나물이나 열매가 될 테지만, 먹는 사람이 없어도 나물이나 열매는 숲을 곱다라니 빛냅니다.
내 아름다운 삶을 누가 들여다보니까 내 삶을 가꾸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즐겁게 살고 싶기에 내 하루를 가꿉니다. 내 기쁜 웃음과 노래를 누가 쳐다보니까 웃거나 노래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웃음을 길어올리고 스스로 노래를 자아냅니다.
내 노래는 네 노래입니다. 네 웃음은 내 웃음입니다. 함께 노래하고 함께 웃어요. 같이 춤추고 같이 꿈꾸어요.
편지로 마음을 주고받습니다. 편지 한 장 짤막하게 쓰더라도, 사랑과 꿈을 담아서 주고받습니다. 편지로 마음을 나눕니다. 편지 한 장 단출하게 쓰더라도, 이야기와 삶을 담아서 나눕니다. 4348.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