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기울이면서 읽는 책



  책을 읽는 사람은 스스로 ‘이야기’를 찾아서 고릅니다. 스스로 찾아서 고른 책을 읽는 사람은 스스로 가장 아름다운 겨를을 내고, 스스로 가장 사랑스러운 곳에 앉거나 서거나 눕거나 엎드려서, 스스로 가장 즐거운 눈빛을 밝혀 ‘이야기’를 누립니다.


  그런데,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과 즐거움이 아닌 책읽기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서평도서라든지 홍보도서가 되면 아름답지도 사랑스럽지도 즐겁지도 않습니다. 추천도서와 명작도서라면 아름답지도 사랑스럽지도 즐겁지도 않습니다. 독후감 숙제나 논술훈련이라면 아름다울 수도 사랑스러울 수도 즐거울 수도 없습니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나 신문이나 영화 같은 매체는 우리한테 자꾸 ‘유행’이나 ‘사건 사고’ 같은 데에 얽매이도록 할 뿐 아니라, 생각을 안 하고 빨려들도록 이끌지 싶어요. 우리 스스로 마음을 깊이 쓰면서 바라보지 않는다면 그예 휩쓸리거나 휘말리고 맙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책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서 찾고 고르고 읽고 삭이고 누리고 나누지 않는다면, 멍하니 텔레비전을 들여다보는 몸짓하고 똑같습니다.


  마음을 기울이기에 아름다운 책읽기가 됩니다. 마음을 쏟을 적에 사랑스러운 책읽기가 됩니다. 마음을 들이면서 삶을 지으니 즐거운 책읽기가 됩니다. 책을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즐겁게 읽어서 누리는 사람은, 종이책이 아닌 나무와 풀과 새와 구름과 해와 바람과 흙을 읽으면서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과 즐거움을 맛봅니다. 4348.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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