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와 삶짓기



  저녁에도 잠들지 않으려 하면서 책을 더 읽겠다고 하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한 권쯤 더 읽어도 된다고 말하지만, 으레 그만 덮고 이튿날 더 읽기로 하자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밤이란 ‘책읽기’와 견줄 수 없이 뜻깊은 ‘꿈꾸기’를 하면서 오늘 하루를 마감하고 새 하루를 기다리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하루를 마감하는 자리에서는 몸을 가만히 쉬면서 마음이 새로 깨어나도록 북돋웁니다. 하루를 여는 자리에서는 지난밤에 하나하나 그린 꿈을 되새기면서 즐겁게 기지개를 켭니다. 책을 읽는 까닭은 삶을 더욱 슬기롭게 아로새기면서 내 이웃과 동무를 헤아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식이나 정보를 더 쌓으려고 읽는 책이 아니라, 내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길에 동무로 삼을 이야기를 살펴서, 스스로 마음속에서 옳고 바르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슬기를 길어올리도록 이끌려고 읽는 책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언제나 삶짓기를 할 때에 즐겁습니다. 책읽기가 즐겁지 않습니다. 삶짓기가 즐겁습니다. 삶짓기로 이끌거나 삶짓기를 북돋울 때에만 비로소 책읽기가 즐겁습니다. 4347.12.3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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