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끙끙, 컴퓨터 펑, 신나게 걸레질
몸살을 끙끙 앓고 일어나니 컴퓨터가 펑 하고 터졌고, 컴퓨터가 펑 하고 터진 김에 방과 마루와 부엌을 조금 치우면서 걸레질을 신나게 했다. 아직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울 적에 걸레질을 하니 힘에 부치기도 했지만, 큰아이가 걸레질을 거들기도 했고, 오늘 따라 볕이 따스하고 좋아서 담요를 말리기에도 좋았다. 컴퓨터가 펑 터진 터라 형한테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었는데, 형과 한참 쪽글을 주고받다가 올 한 해를 마감하면서 형한테 고맙다는 묵은절을 아직 못했구나 싶어, 부랴부랴 묵은절을 쪽글로 보냈다. 컴퓨터는 전원만 터졌기에 4만 원 값을 치르고 고친다. 새로 붙인 전원상자는 이 컴퓨터에 잘 맞을까? 날개 돌아가는 소리가 조금 크지 않나 싶다. 아이들은 하루 내내 신나게 잘 뛰어놀았고, 오랜만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두 아이와 함께 본다. 큰아이가 네 살 무렵에 처음 보았지 싶은데, 그동안 이 영화를 다시 볼 생각을 안 했다. 오랜만에 다시 보았기 때문인지, 예전에는 못 보았구나 싶은 모습을 새롭게 살피면서, 영화를 참 빈틈없이 멋지게 만들었다고 깨닫는다. 영화에 나오는 찰리네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아름답고, 춥고 좁지만 포근한 보금자리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쉼터인지 곰곰이 돌아보기도 한다. 이제 섣달그믐이 다가온다. 전화나 쪽글이 아니더라도, 내 마음이 곳곳으로 퍼져서 고마운 이웃과 동무 모두한테 포근한 시골바람이 번지기를 빈다. 4347.12.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