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앓으며 스스로 읊은 말


  얼마 앞서 크게 몸살이 나면서 마음속으로 세 가지를 그렸습니다. 그때에는 “옳고 바르며 아름답게”였습니다. 어제와 오늘 다시 크게 몸살이 나는 동안 마음속에 다시 세 가지를 그렸어요. 어제는 끙끙 앓고 누운 자리에서 “튼튼하고 사랑스러우며 아름답게”였습니다. 끙끙 앓을 적마다 온몸에서 모든 기운이 빠져나가는구나 하고 느끼는데, 이 기운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릅니다. 다만, 아프기 앞서까지 나를 둘러싼 기운이 하나둘 사그라들면서 없어지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열흘쯤 앞서 앓던 때에 나를 둘러싼 꽤 많은 기운이 사그라들었는데 어제오늘 앓으면서 아직 나한테 남은 여러 기운이 꽤 많이 사그라든다고 느낍니다. 그렇지만, 아직 모든 기운이 사그라들지는 않았다고 느낍니다. 앞으로 더 앓고 다시 앓으면서 찌끄레기를 털리라 느낍니다. 내가 마음속으로 늘 읊으면서 아로새길 이야기가 온몸을 감싸는 기운이 되도록 새롭게 앓고 다시 일어나기를 되풀이하겠구나 싶습니다. 아프면서 자라는 아이들처럼, ‘몸 나이로 마흔 살 넘은 아기’가 ‘첫걸음부터 다시 떼는 아기’로 돌아가려는구나 싶습니다. 4347.12.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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