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703) 정적靜的 1


이 두 작품에서 회화의 정적(靜的)인 성질을 방해하는 요소가 관심을 끈다

《미하엘 보케뮐/김병화 옮김-렘브란트 반 레인》(마로니에북스,2006) 16쪽


 회화의 정적(靜的)인 성질

→ 고요한 성질

→ 고요히 멈춘 기운

→ 그림에 흐르는 고요한 기운

→ 그림에 감도는 고요한 기운

→ 그림에 깃드는 고요한 기운

 …



  요즈음 흔히 듣는 말투로 ‘정적·동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고요한 모습을 가리키고, 다른 하나는 움직이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말 그대로 ‘정적·동적’은 “고요함”과 “움직임”을 가리키니까요. ‘靜’은 “고요할 정”이라는 한자이고, ‘動’은 “움직일 동”이라는 한자입니다.


  한국사람은 어떤 말을 써야 알맞을까요? 바로 ‘고요할’과 ‘움직일’을 써야 알맞습니다. 한국사람한테는 한국말이기 때문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고요한 성질”이라 적거나 ‘성질(性質)’이라는 한자말까지 털어서 “고요한 기운”으로 적으면 됩니다. 그러면, 그림에서 엿보는 고요한 기운이란 무엇일까요. 그림에 흐르는 고요한 기운은 무엇일까요. 그림에 감돌거나 깃드는 고요한 기운은 무엇일까요.


 정적 문명 → 고요한 문명 . 차분한 문명

 정적인 분위기 → 고요한 흐름 . 차분한 흐름

 그는 성격이 정적이다 → 그는 차분한 사람이다 . 그는 차분하다


  ‘현대미술’을 이야기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오늘날 사회에서 두루 쓴다는 영어나 한자말을 빌어서 비평을 해야 할 수 있습니다만, 현대미술이든 과거미술이든 전통미술이든 미래미술이든, 한국에서 그림을 즐기거나 누리거나 짓는 사람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들려주는 자리라면 한국말을 즐겁고 슬기로우면서 아름답게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4347.12.2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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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작품에서 그림에 흐르는 고요한 기운을 가로막는 곳이 눈길을 끈다


‘회화(繪畵)’ 같은 한자말을 전문 낱말로 삼을 수 있지만, ‘그림’이라고 손쉽게 고쳐서 쓸 수도 있습니다. ‘방해(妨害)하는’은 ‘가로막는’이나 ‘어지럽히는’이나 ‘거추장스러운’으로 손질하고, ‘요소(要素)’는 ‘곳’으로 손질하며, “관심(關心)을 끈다”는 “눈길을 끈다”나 “눈에 뜨인다”나 “또렷이 보인다”로 손질합니다.



정적(靜的) : 정지 상태에 있는

   - 서양은 ‘의논에 의한 동적 문명’이요, 동양은 ‘관습에 의한 정적 문명’이라는 것

     정적인 분위기 / 그는 성격이 정적이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1703) 입지전적 1


물론 한 개인의 입지전적인 삶이 주는 미담의 효과를 마구 비판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재복-우리 동화 이야기》(우리교육,2004) 95쪽


 한 개인의 입지전적인 삶

→ 어느 한 사람이 뜻을 이룬 삶

→ 어느 한 사람이 꿈을 이룬 삶

 …



  ‘입지전(立志傳)’이라는 한자말이 있습니다. 이 한자말을 아는 사람이 있을 테고 모르는 사람이 있을 테지요. 이 한자말은 “어려운 환경을 이기고 뜻을 세워 노력하여 목적을 달성한 사람의 전기”를 뜻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뜻을 이룬” 사람이나 “꿈을 이룬”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가리켜 ‘입지전’이라는 한자말을 빌어서 나타내는 셈입니다.


  예부터 한국사람은 뜻을 이루면 “뜻을 이룬다”고만 말합니다. 굳이 ‘입지(立志)’ 같은 한자말을 쓰지 않습니다. 뜻을 이룬 이야기를 두고 “뜻을 이룬 이야기”라 하거나 “꿈이야기”처럼 말할 뿐, 구태여 ‘입지전(立志傳)’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한자 지식이 있기에 이런 한자말을 쓸 텐데, ‘입지’는 ‘입지전’을 부르더니 ‘입지전적’이라는 말까지 부릅니다.


 주경야독으로 학업을 마친 입지전적 인물이다

→ 낮에 일하고 밤에 배워 뜻을 이룬 사람이다

→ 낮에 일하고 밤에 배우며 꿈을 이룬 분이다

 또 무슨 대학 하는 식으로 입지전적인 길을 착실히 걸은 뒤에

→ 또 무슨 대학 하는 투로 뜻을 이루는 길을 찬찬히 걸은 뒤에

→ 또 무슨 대학 하는 투로 꿈을 이루려는 길을 알뜰히 걸은 뒤에


  한국사람이 꼭 말을 이렇게 써야 할까 궁금합니다.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가꾸는 길은 어떤 모습일는지 돌아보아야지 싶습니다. 4347.12.2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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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어느 한 사람이 뜻일 이룬 아름다운 삶이 끼친 빛을 마구 나무라기만 할 수는 없다


‘물론(勿論)’은 ‘다만’이나 ‘그러나’로 다듬고, “한 개인(個人)의”는 “어느 한 사람이”나 “한 사람이”로 다듬으며 “삶이 주는 미담(美談)의 효과(效果)”는 “아름다운 삶이 끼친 빛”이나 “아름다운 삶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다듬습니다. “비판(批判)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는 “나무라기만 할 수는 없다”로 손봅니다.



입지전적(立志傳的) : 어려운 환경을 이기고 뜻을 세워 노력하여 목적을 달성한 사람의 전기의 성격을 띠는

   - 주경야독으로 학업을 마친 입지전적 인물이다 /

     또 무슨 대학 하는 식으로 입지전적인 길을 착실히 걸은 뒤에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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