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김치찌개



  밤이 깊도록 생강을 까서 생강차를 담다가, 곁님이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 해서 김치찌개를 끓인다. 마침 일산에서 보내 주신 김치가 있다. 김치와 김칫국물을 넉넉히 넣어서 끓인다. 개수대를 치우고 설거지를 하니 어느새 밤 열두 시 가까이 된다. 아이들은 곁님이 재워 주었고, 나는 이불깃만 여미어 준다. 아버지가 두 손에 생강내음이 듬뿍 배어 작은아이 잠옷도 갈아입히지 못하고 토닥토닥 재워 주지도 못했다. 등허리가 많이 결리지만 한잠 자고 나면 모두 풀리리라 생각한다. 새끼 고양이 두어 마리가 우리 자전거수레에 살짝 들어가서 자는 모습을 보고는, 자전거수레에 못 들어오게 여민다. 얘들아, 그 수레는 너희 잠자리가 아니란다. 우리 집 둘레에는 헛간도 있고 풀밭도 있고 여러 쉴 곳이 곳곳에 많으니 다른 데에서 자렴. 오랜만에 생강을 까니 어릴 적에 어머니 일손을 거들던 일이 문득 떠오른다. 초승달이 무척 밝은 섣달 막바지이다. 4347.12.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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