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히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아침에 일어난 아이들이 옷을 갈아입는다. 잠옷을 벗고 놀이옷을 입는다. 아이들이 입는 옷은 모두 놀이옷이다. 왜냐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놀기 때문에, 아이들 옷은 언제나 놀이옷이다. 이쁘장한 옷이든 투박한 옷이든 아이로서는 그저 놀이옷이다. 놀면서 흙을 묻히고, 놀다가 땀으로 적신다. 놀다가 넘어져서 찢어지고, 놀다가 나뭇가지에 걸려 튿어진다.


  아이들이 벗은 옷을 주섬주섬 모은다. 머리를 감으면서 아이들 옷가지를 적신다. 머리를 다 감고 나서 아이들 옷을 조물조물 비비면서 빨래를 한다. 다 빤 옷가지는 마당에 넌다. 섣달이 저물며 새해가 다가온다. 고흥 시골자락은 겨울볕이 포근해서 아침에 마당에 너는 옷을 낮이 기울 무렵 집에 들이면 조금 뒤 보송보송하다. 포근한 볕을 받아먹는 옷가지에는 싱그러운 기운이 감돌고, 이 옷을 찬찬히 개서 옷장에 두었다가 다시 아이들한테 입힐 적에 내 손으로 햇살 같은 숨결이 흘러나온다. 하루가 새롭게 찾아와서 흐른다. 4347.12.2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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