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능력자 오다기리 쿄코의 거짓말 1
카이타니 시노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38



내 마음부터 읽지 못한다면

― 영능력자 오다기리 쿄코의 거짓말 1

 카이타니 시노부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0.1.25.



  어릴 적에는 ‘초능력’이 아주 엄청난 힘인 줄 알았습니다. 몇몇 사람한테만 타고난 힘이 초능력이라고 여겼습니다. 차츰 나이를 먹고 곰곰이 삶을 배우는 동안 ‘초능력’은 새롭거나 남다른 힘이 아닌 줄 알아차립니다. 왜냐하면 여느 사람들이 여느 자리에서 여느 몸으로 지내는 모습은 ‘여느 힘(능력)’이고, 여느 사람 스스로 여느 자리에서 여느 몸을 키우고 살찌워서 ‘새롭게 내는 힘’을 내면, 바로 이 새롭게 내는 힘이 초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여느 사람이 여느 힘만 쓰는 까닭은 언제 어디에서나 여느 자리에 머물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내는 힘을 키우는 사람은 이녁 나름대로 언제나 새로운 삶으로 가꾸고 새로운 넋으로 북돋아 새로운 힘을 스스로 끌어내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사람이 여느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새로운 힘을 낸다면, 다른 사람도 얼마든지 여느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새로운 힘을 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 모두 새로운 힘을 못 낸다고 여기면 나도 새로운 힘을 못 냅니다. 수수께끼는 아주 쉽습니다.





- “그 수수께끼의 미녀에게 형은 지금 홀딱 빠져 있다, 그거지?” “우악!” “그 포스터 되게 귀한 거라며? 용케 손에 넣었네. 입 꾹 다물고 뒤로 호박씨 까는 데엔 뭐 있다니까.” “오, 오해하지 마. 난 그저 쿄코 씨가 섹시하고 어쩌고 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야. 내가 좋아하는 건, 그 사람의 훌륭한 인품 때문이라고.” (8쪽)

- “그런 의미로 당신은 대단합니다. 역에서 화장하지 않은 쿄코 씨를 얼핏 보고 한눈에 본인이라는 걸 알아봤다죠? 내가 아는 한 그런 사람은, 사상 최초입니다.” (26쪽)



  타고난 재주가 있어서 ‘새로운 힘(초능력)’을 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한테는 타고난 재주가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한테는 몸 깊이 마음 깊이 타고난 재주가 잠잡니다. 사람들 스스로 이녁 몸과 마음에 타고난 재주를 키우지 않으니 자라지 않고 터지지 않습니다. 내 몸과 마음에 깃든 씨앗을 깨워야 합니다. 나 스스로 내 힘을 깨우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힘을 쓸까요? 내 힘을 내가 깨울 때에 내 힘이 새롭습니다. 내 힘을 내가 안 깨우니까 내 힘은 언제나 흐리멍덩합니다.


  어머니가 아이를 사랑하면서 때때로 아주 놀라운 힘을 내듯이, 아버지가 아이를 아끼면서 곧잘 매우 눈부신 힘을 내듯이, 우리는 스스로 마음밭에 씨앗을 알뜰히 심어서 멋진 힘으로 곱게 키우면 됩니다. 내 마음을 내가 스스로 바라보아 내 기운을 내가 북돋우면 됩니다.





- “당신의 계획을 위한 무의미한 추가시험이나 보충수업도, 그걸 치러야 한 학생들조차 모두 당신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당신은 이 대학의 꽃이자, 학생들의 우상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당신은 그런 학생들에게 치한 행세를 하고, 대학생활에 공포를 줬어요! 당신은 어느새 대학교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잃은 거예요. 이제 이 대학에 있을 자격도 없어!” (46∼47쪽)

- “내가 제일 싫어하는 타입이야. 자기 소개할 때 ‘회사를 경영합니다’가 아니라 ‘사장입니다’ 하는 놈은 재수없어. 성격 재수없는 건 둘째치고, 사람 마음이 약해졌을 때를 노려 접근하는 야비한 놈이기도 하지.” (74∼75쪽)



  카이타니 시노부 님이 빚은 만화책 《영능력자 오다기리 쿄코의 거짓말》(학산문화사,2010) 첫째 권을 여러 차례 되읽습니다. 여러모로 남달리 끄는 기운이 있어서, 읽고 덮은 뒤 다시 읽고 덮다가 또 읽습니다.


  책이름에 그대로 나오듯이, 만화책에 나오는 ‘영능력자 오다기리 쿄코’는 거짓말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다기리 쿄코’라는 사람은 ‘영능력’을 선보이지 않으니, ‘영능력을 펼친다고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입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오다기리 쿄코’는 영능력이 아닌 머리를 씁니다. 머리를 빠르게 돌립니다. 머리를 신나게 씁니다. 그러면, 오다기리 쿄코라는 사람이 쓰는 ‘머리힘’은 왜 ‘영능력’처럼 보일까요? 여느 자리에 있는 여느 사람은 여느 힘조차 안 쓸 뿐 아니라 ‘여느 머리힘’조차 제대로 안 쓰기 때문입니다.




- “나는 방송에서 심령수사를 곧잘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은 나쁜 놈을 잡아 없애자는 게 아니에요. 내 일은 어디까지나, 사람을 구하는 것이죠.” (53∼54쪽)

- “진짜 효도는, 본인이 행복해지는 거죠. 어떤 부모라도, 자식의 행복이 첫째 가는 기쁨이니까요. 부모를 위해라고 하면서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미루고 참으면, 그거야말로 최대의 불효예요.” (88쪽)



  우리 머리를 제대로 쓸 수 있으면, 여느 자리에서는 알아채지 못할 이야기를 숨김없이 알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 머리를 제대로 쓰고 또 쓰면, 어느새 ‘머리힘 쓰기’를 넘어서서 ‘새로운 힘 쓰기(초능력이나 영능력 쓰기)’에 닿을 수 있습니다. 다만, 머리만 써서는 새로운 힘이 솟지 않습니다. 머리를 쓰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몸을 갈고닦아야지요. 머리를 깨우면서 마음과 몸을 함께 깨워야지요.


  머리는 쓸 줄 알지만 마음과 몸을 깨우지 않는 사람은 ‘새로운 힘’을 내지 못해요. 이때에는 ‘꾀 부리기’만 합니다. 마음을 맑게 깨우고 몸을 튼튼하게 깨우는 동안 머리를 슬기롭게 깨우면, 이때에 비로소 새로운 힘이 싱그럽게 터져나옵니다.




- “당신, 지금 오다기리 쿄코 씨가 왜 이렇게 인기인지 알아요? 그 사람의 예언이 번번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 아니에요. 어려운 처지에 빠진 사람들, 약한 사람들이 그 사람의 상냥한 말 한 마디에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기 때문이죠.” (109쪽)

- “당신이 옳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아요. 난 그저 당신이, 당신이 걱정돼서 죽겠다구요!” (110쪽)



  내 마음부터 먼저 읽어야 합니다. 내 마음부터 못 읽는다면, 이웃이나 동무가 어떤 마음인지 하나도 못 읽습니다. 내 마음이 사랑인지 미움인지 짜증인지 노래인지 웃음인지 눈물인지 고단함인지 설렘인지 두려움인지 시샘인지 제대로 읽지 않으면, 나는 내 몸과 마음과 머리를 키우지 못할 뿐 아니라, 어느 일도 제대로 못하고, 어느 놀이도 제대로 즐기지 못합니다.


  새로운 힘을 쓰는 까닭은 ‘지구별 우두머리 되기(지구 정복)’ 때문이 아닙니다. 새로운 힘을 쓰면 스스로 기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힘을 쓰면 내 보금자리를 내가 손수 아름답게 가꿀 수 있습니다. 새로운 힘을 쓰면 내 하루가 언제나 새로우면서 웃음으로 가득합니다. 만화책 《영능력자 오다기리 쿄코의 거짓말》은 바로 이 대목을 살살 건드립니다. 내가 내 마음부터 제대로 못 읽는 바보가 아닌지 살그머니 건드립니다. 내가 이웃과 동무뿐 아니라 우리 집 살붙이가 어떤 마음인지 제대로 읽으려면, 바로 내 마음부터 옳게 읽고 아름답게 북돋우는 길을 걸어야 하는 줄 넌지시 건드립니다. 4347.12.2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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