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믿는다



  사람들이 잘못해서 나뭇줄기가 휘어지더라도, 나무는 씩씩하게 자란다. 휜 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자란다. 줄기가 제법 휘었어도 해바라기와 하늘바라기 넋으로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는다.


  곧게 자라지 못한 나무는 책걸상이나 옷장을 짜는 데에 쓰지 못하고, 집을 짓는 기둥으로도 쓰지 못한다. 그러나, 나무가 꼭 사람한테 살림이나 집으로 쓰여야 하지는 않는다. 나무는 땔감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땔감이 되려고 태어나는 나무는 아니다. 우리한테 푸른 숨을 나누어 주고 궂은 바람을 가리면서 싱그러운 그늘을 베푸는 나무는, 꿋꿋하게 선 모습만으로도 아름다운 벗님이다.


  스무 해나 쉰 해를 살아낸 나무를 바라본다. 앞으로 백 해나 오백 해를 살아낼 나무를 바라본다. 우리 아이들과 먼 뒷날 아이들이 바라볼 나무를 가만히 헤아린다. 나무를 믿으면서 이 땅을 밟는다. 4347.12.2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