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엘로이즈 - 여기는 뉴욕! - 튀는 아이 엘로이즈 1
케이 톰슨 지음, 힐러리 나이트 그림, 김이숙 옮김 / 리드북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62



우리 무슨 놀이를 할까

― 나야, 엘로이즈, 여기는 뉴욕!

 케이 톰슨 글

 힐러리 나이트 그림

 김이숙 옮김

 리드북KIDS 펴냄, 2000.5.5.



  놀이터에는 놀이기구가 있습니다. 놀이기구에는 아이들이 매달립니다. 한 아이 두 아이 여러 아이가 골고루 매달립니다. 놀이기구를 타는 아이들은 아주 조그마한 놀이기구에서도 와하하 까르르 웃음을 터뜨립니다. 조그마한 놀이기구를 타면서 조그마한 아이들은 온통 땀투성이가 됩니다.


  바람을 가르면서 달립니다. 하늘로 높이 치솟으려고 펄쩍펄쩍 뜁니다. 동무끼리 부딪혀서 넘어지기도 하고, 달리거나 뛰다가 걸려서 자빠지기도 합니다. 다쳐서 피가 흐르기도 하지만, 다쳐서 피가 나도 씩씩하게 그대로 놀기도 합니다.


  노는 아이들은 해가 넘어가는 줄 모릅니다. 노는 아이들은 배가 고픈 줄 모릅니다. 노는 아이들은 여름과 겨울이 따로 없고, 노는 아이들은 나이나 성별이나 계급 따위는 하나도 헤아리지 않습니다. 그저 어울리는 동무요, 살가이 어깨를 겯으면서 조잘조잘 떠드는 사이입니다.



.. 난 맨 끝 방에 살아요. 두 손에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벽에다 쭉 그으면서 뛰어갈 때도 있어요. 복도를 뛰어갈 때는 쿵쿵 발을 굴러요. 발을 질질 끌거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에 마룻바닥만큼 좋은 건 없어요 ..  (17쪽)





  지난날에는 놀이터라는 곳이 없었습니다. 지난날에는 어떤 어른도 놀이터를 따로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지난날에는 어느 곳이나 모두 놀이터요 일터였기 때문입니다. 집집마다 키우는 나무가 놀이기구입니다. 마을에 있는 숲정이가 놀이터입니다. 마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펼쳐지는 숲이 놀이터요, 바다와 들과 골짜기와 냇물이 모두 놀이터입니다.


  지난날에는 어느 누구도 돈 한푼 안 들였으나 온통 놀이기구였습니다. 지난날에는 모든 아이가 어버이 곁에서 심부름을 하거나 일을 거들었는데, 이렇게 하면서도 늘 늘고 노래하며 웃었습니다.


  가만히 보면, 집도 놀이터요 마을도 놀이터이고 들과 숲과 바다와 냇물 모두 놀이터였으니, 지난날에는 아이들이 언제 어디에서나 즐겁게 뛰놀면서 씩씩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오늘날에는 아이들이 ‘따로 돈을 들여서 만든 놀이터’가 아니면 놀 수 없습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따로 돈을 들여서 만든 학교’에만 가야 하고, ‘따로 돈을 들여서 만든 놀이터’에만 가야 하며, ‘따로 돈을 들여서 만든 장난감’만 갖고 놀아야 합니다. 이리하여, 오늘날 아이들은 씩씩하게 자라기 몹시 어렵습니다.



.. 전화를 끊고 나서 난 잠깐 천장을 올려다보며 선물 받을 방법이 뭐 없을까 궁리해 봐요. 나도 입을 쩍 벌리고 아함 여러 번 하품을 해요 ..  (25쪽)



  케이 톰슨 님이 글을 쓰고, 힐러리 나이트 님이 그림을 그린 《나야, 엘로이즈, 여기는 뉴욕!》(리드북KIDS,2000)을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 ‘엘로이즈’는 퍽 어립니다. 그러나 아주 어리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엘로이즈는 혼자 전화를 걸 줄 알고, 승강기를 타고 내릴 줄 알며,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면서 놀 줄 압니다.


  엘로이즈한테는 어느 곳이나 놀이터입니다. 다른 어른들은 엘로이즈가 노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길 때가 있지만, 엘로이즈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엘로이즈는 놀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엘로이즈가 기운차게 노는 모습을 귀엽게 바라보는 어른이 있고, 엘로이즈와 함께 즐겁게 노는 어른이 있습니다.





.. 난 이 호텔에서 안 가는 데가 없어요. 그러니 길을 잃는 때도 아주 많아요. 그렇지만 대개는 2층에 있어요. 파티 준비를 하는 곳이니까요. 그러니까 날마다 적어도 세 시간은 2층에 내려가 있어야 하고, 가끔은 밤에 가야 될 때도 있엉 ..  (45쪽)



  종이 한 장이 있으면 종이를 접으면서 놉니다. 때로는 종이에 그림을 그리면서 놉니다. 종이를 오리면서 놀고, 종이로 인형을 만들어서 놉니다.


  종이는 묶이고 묶여서 책이 됩니다. 아이도 어른도 책을 읽으면서 놉니다. 그리고, 종이가 태어나기 앞서 나무는 언제나 아이한테 놀이벗입니다. 아이들이 타고 오르는 놀이벗이 되기도 하지만, 꽃이 피고 열매가 맺으면서 아이한테 놀이벗입니다. 바람이 불 적에 나무가 춤을 추며 온몸으로 부르는 노래도 아이한테 놀이벗이 됩니다. 나무에 앉아 지저귀는 새도 아이한테 놀이벗이고, 나무 둘레에서 우렁차게 노래를 부르는 개구리와 풀벌레도 아이한테 놀이벗입니다.


  구름도 놀이벗입니다. 해도 별도 달도 모두 놀이벗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아이한테 놀이벗이요, 어른이 된 모든 사람도 어릴 적에 숱한 놀이벗한테 둘러싸여서 자랐습니다.



.. 어쨌든 난 일곱 살밖에 되지 않았잖아요. 아, 세상에, 할 일이 너무 많네요. 내일은 우편함에 물을 한 주전자 부어 줘야겠어요. 우와아아아아아아 난 플라자 호텔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  (64∼65쪽)



  우리 무슨 놀이를 할까요? 우리 무슨 놀이를 하면서 하루를 즐길까요? 우리 무슨 놀이를 하면서 삶을 밝히고, 우리 무슨 놀이를 하면서 사랑을 속삭일까요?


  함께 놀아요. 즐겁게 함께 놀아요. 함께 웃고 놀아요. 함께 노래하고 놀아요. 어디에서나 즐겁게 놀아요. 자동차보다 아이를 생각하고, 아파트보다 숲을 생각해요.  도시가 아닌 지구별을 생각하고, 문명이나 문화가 아닌 온누리를 생각해요. 마음속에 꿈을 담고, 가슴속에 사랑을 담으면서 놀아요. 아이 손을 잡고 씩씩하게 놀아요. 4347.12.2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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