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12.25.

 : 성탄절 찬바람 자전거



- 성탄절에 자전거를 탄다. 면소재지 초등학교 놀이터에 갈 생각이었지만 바람이 드세다. 더 일찍 길을 나서야 했을까. 찬바람이 온몸으로 파고든다. 바람만 불지 않으면 무척 포근한 날일 텐데 여러모로 아쉽다. 면소재지에 닿으니 작은아이는 수레에서 잠든다. 낮잠을 건너뛰더니 수레에서 자는구나. 면소재지 가게에 들러서 선물을 받는다. 이곳에서 물건을 살 적에 주는 선물권을 그동안 160장을 모았다. 100장으로는 부탄가스 한 상자를 받고, 60장으로는 가스버너를 받는다. 제법 묵직하지만 두 아이를 수레에 앉힌다고 생각하면 그리 무겁지 않다.


- 큰아이가 면소재지 가게에 있는 인형을 사고 싶다면서 샐쭉거린다. 내 나름대로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벼리야, 네가 갑자기 본 것을 갑자기 사 달라고 한대서 사 주는 일은 없어. 이 장난감을 네가 가지고 싶으면 성탄절을 앞두고 우리가 그림을 그리고 편지를 써서 이런 것을 받고 싶어요 하는 뜻을 양말에 넣어 산타클로스한테 빌었듯이, 벼리도 집으로 가서 이 장난감을 그림으로 그리자. 그림으로 그리면서 생각하고 바랄 때에 비로소 이 장난감이 벼리한테 와.” 하고 말하는데, 샐쭉거리는 입술을 툭툭 내뱉을 뿐이다. 면소재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입을 비죽 내민다. 집에 닿아서도 비죽거리기만 한다.


- 면소재지를 벗어나 집에 닿을 무렵 우리 도서관 어귀에서 탱자나무 큰 줄기를 하나 수레에 챙긴다. 그제 미리 잘라서 흙에 묻어 두었다. 우리 도서관 탱자나무 한 그루는 스무 날쯤 앞서 뜬금없이 뿌리가 뽑혔는데, 그제 가만히 살피니 아직 말라죽지 않은 듯했다. 그래서 줄기 한쪽을 옮겨심으면 살아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아니, 꿈을 꾸고 빈다. 우리 집 마당 한쪽에 옮겨심으려 한다.


- 집에 닿아 빨래를 한다. 빨래를 하면서 생각한다. 큰아이가 인형을 갖고 노는 그림을 내가 따로 그릴까 싶다. 내가 먼저 스스로 ‘인형으로 노는 아이’ 모습을 그리면, 큰아이도 무엇인가 스스로 느낄 수 있겠지.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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