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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너를 꽃이라 부른다
고홍곤 지음 / 지누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찾아 읽는 사진책 198
우리를 곱게 둘러싼 꽃
― 굽이 굽이 엄마는 꽃으로 피어나고
고홍곤 사진
지누 펴냄, 2013.4.20.
우리는 언제나 꽃에 둘러싸여 살아갑니다.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누구나 꽃에 둘러싸여 살아갑니다. 꽃이 피지 않으면 사람은 밥을 먹지 못하고, 꽃이 피기에 사람은 밥을 먹습니다.
우리가 늘 먹는 밥은 언제나 꽃밥입니다. 밥그릇에 꽃송이를 놓기에 꽃밥이 아닙니다. 꽃처럼 곱게 지은 밥이라서 꽃밥이 아닙니다. 사람이 먹는 모든 밥은 꽃이 피어서 열매를 맺어야 지을 수 있기 때문에 꽃밥입니다. 사람이 먹는 쌀밥이든 보리밥이든 벼꽃과 보리꽃이 피고 난 뒤 천천히 시들어 차근차근 무르익은 열매입니다.
풀꽃은 풀알을 맺습니다. 풀알은 풀이 맺는 열매입니다. 나무꽃은 나무알을 맺습니다. 나무알은 나무가 맺는 열매입니다. 모든 알은 꽃이 깃들던 자리요, 모든 열매는 꽃이 새롭게 태어난 모습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언제나 꽃에 둘러싸여 살아간다고 할밖에 없습니다. 꽃이 있어 열매가 맺어 밥을 먹으니, 우리 곁에는 언제나 꽃이 있습니다. 꽃이 피어 열매를 맺고 밥을 나누어 주는 풀과 나무는, 밥뿐 아니라 싱그럽고 푸른 바람을 베풉니다.
꽃이 없으면 밥을 못 먹을 뿐 아니라, 꽃이 없을 적에는 숨을 못 쉽니다. 한쪽에는 밥이 되는 꽃이요, 다른 한쪽에서는 숨이 되는 꽃입니다.
고홍곤 님이 사진으로 찍어 책으로 정갈히 엮은 《굽이 굽이 엄마는 꽃으로 피어나고》(지누,2013)를 읽습니다. 고홍곤 님은 꽃송이를 바라보면서 어머니를 느낍니다. 그래요, 꽃을 바라보며 어머니를 느낄 만합니다. 어머니는 아기한테 젖을 물리면서 사랑을 베풉니다. 어머니는 아기한테 말을 가르치면서 삶을 물려줍니다. 어머니는 아기를 놀리기 입히고 씻기고 돌보면서 꿈을 짓습니다. 어머니는 꽃이요, 꽃인 어머니가 열매인 아기를 낳습니다. 열매인 아기는 가슴에 씨앗을 품으면서 무럭무럭 자라 새로운 꽃으로 피어나고, 새로운 꽃으로 피어난 아기는 어느새 어머니가 되어 다시 새로운 꽃을 피울 열매를 내놓아 씨앗 한 톨을 물려줍니다.
꽃은 어떤 모습일까요? 온갖 모습입니다. 꽃은 어떤 빛깔일까요? 갖은 빛깔입니다. 꽃은 어떤 무늬일까요? 숱한 무늬입니다.
사진책 《굽이 굽이 엄마는 꽃으로 피어나고》를 들여다보면 꽃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잔잔하게 흐릅니다. 꽃마다 한들거리며 짓는 춤사위가 조용히 흐릅니다. 구름을 등에 진 꽃, 오래된 골목집과 함께 살아온 꽃, 시골자락에서 무리를 지어 자라는 꽃, 관광지에 잔뜩 심긴 꽃, 아주 조그맣게 올라오는 수수한 들꽃, 꽃대를 올린 풀줄기가 나부끼는 풀잎사귀, 어머니가 아이한테 물려주고 베푸는 사랑처럼, 꽃이 지구별에서 흔들리고 춤추고 나부끼고 노래하는 수많은 이야기가 사진마다 그득히 흐릅니다.
우리를 곱게 둘러싸는 꽃은 싱그럽습니다. 우리를 곱게 둘러싸는 꽃은 사랑과 꿈을 속삭입니다. 귀를 기울여서 꽃노래를 들어요. 사랑노래와 꿈노래를 들으면서 우리 가슴을 살찌워요. 내가 받은 사랑이기에 이웃한테 나누지 않습니다. 사랑을 받으며 가슴이 부풀고 기쁘기 때문에, 이토록 기쁘며 고운 사랑을 새삼스레 이웃과 동무하고 나누면서 웃고 싶은 마음이기에 사랑을 찬찬히 펼칩니다.
어머니는 굽이 굽이 꽃으로 피어납니다. 아버지도 굽이 굽이 꽃으로 피어납니다. 어린이도 할매도 할배도 모두 굽이 굽이 꽃으로 피어납니다. 우리는 모두 꽃을 먹으면서 살고, 우리는 언제나 이웃한테 꽃을 베풀면서 삽니다. 꽃처럼 웃고 꽃처럼 노래해요. 글을 쓸 적에는 글꽃이 되도록, 사진을 찍을 적에는 사진꽃이 되도록, 노래를 부를 적에는 노래꽃이 되도록, 삶꽃을 가꾸고 사랑꽃을 키우면서 하루하루 아름답게 살아가요. 4347.12.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