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스웨터 마음을 살찌우는 좋은 그림책 1
혼다 도요쿠니 글 그림, 박정선 옮김 / 사파리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66



겨울 밤에 함께 나누는 사랑

― 노란 스웨터

 혼다 도요쿠니 글·그림

 박정선 옮김

 언어세상 펴냄, 2002.12.20.



  깊은 밤에 마당에 서면 수많은 별이 눈부시게 빛납니다. 나는 별빛을 듬뿍 받으면서 기지개를 켭니다. 우리 집 풀과 나무는 밤새 이 별빛을 받으면서 별님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먼먼 옛날부터 시골집 풀과 나무는 언제나 별님과 오순도순 지냈을 테고, 숲에 깃드는 새와 풀벌레도 밤새 별님과 알콩달콩 노래했으리라 느낍니다.


  별은 누구한테나 별입니다. 달은 누구한테나 달입니다. 해도 누구한테나 해입니다. 그리고 풀과 나무도 누구한테나 풀과 나무입니다. 온누리를 가득 비추는 빛은 서로 따사로이 주고받는 사랑이고, 온누리를 포근하게 감싸는 숨결은 서로 착하게 나누는 꿈입니다.




.. “오늘 밤은 너무 추워. 이 스웨터를 입으렴.” 달님이 준 노란 스웨터는 포근하고 따뜻했어요. “고마워요, 달님!” ..  (4쪽)



  혼다 도요쿠니 님이 빚은 그림책 《노란 스웨터》(언어세상,2002)를 읽습니다. 그림책은 온통 노란 물결입니다. 달님도 노란 물결이요, 노란 털옷을 입은 지구별 모든 아이들도 노란 물결입니다. 깊은 밤에 고요히 잠든 봉우리와 들과 하늘도 노란 물결입니다. 오직 사람만 없는 깊은 밤입니다. 사람은 어디에선가 새근새근 잠들었을 텐데, 아마 깊은 밤에도 잠들지 않고 도시에서 등불을 밝히면서 노닥거릴는지 몰라요. 밤에도 씩씩하게 하늘을 가르는 기러기가 있지만, 사람은 기러기를 헤아리지 않습니다. 밤에도 즐겁게 노래하는 풀벌레와 멧새가 있으나, 사람은 풀벌레 노랫소리나 멧새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 “그럼 짜 주고 말고.” 달님은 스웨터를 한 올 한 올 짰어요. 숲 속 새들한테 모두모두 하나씩 주려고요 ..  (9쪽)



  추운 겨울 밤, 숲을 포근하게 비추던 달님은 노란 털옷을 짜서 하나하나 선물합니다. 새한테도 털옷을 선물하고, 풀벌레와 나무한테도 털옷을 선물합니다. 모두모두 따스한 기운을 받고 포근한 밤을 누리기를 바라면서 노란 털옷을 선물해요.


  달님은 어떻게 모든 아이들한테 선물을 할 수 있을까요? 달님은 노란 털실을 어디에서 얻어 털옷을 짤 수 있을까요?


  달님이 짜는 털옷은 사랑입니다. 따사로운 숨결을 담은 사랑입니다. 그래서 노란 털실은 끝없이 새로 나옵니다. 옷을 짜고 또 짜도 털실은 새로 나옵니다. 모든 아이가 저마다 몸에 꼭 맞는 노란 털옷을 입고 겨울 밤을 누릴 수 있도록 언제까지나 털옷을 짤 수 있습니다.



.. 벌레들도 같이 짰어요. 나무들도 같이 짰어요. 새들도 같이 짰어요. 모두모두 부지런히 짰어요 ..  (22∼23쪽)





  사람도 예전에는 달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람도 예전에는 풀벌레와 나무하고도 이야기를 나누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람도 예전에는 새와 개구리하고도 이야기를 나누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람도 예전에는 나라와 겨레가 따로 없이 ‘한나라’와 ‘한겨레’로서 아름다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서로 이웃이나 동무가 되려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나라와 겨레가 따로 없이 이웃이요 동무이지만, 어른이 되고 나면 그예 남남이거나 ‘맞수’가 되고 맙니다.


  두레가 없고 품앗이가 없습니다. 마을이 없고 보금자리가 없습니다. 오늘날에는 그저 ‘생계’와 ‘생존’이 있을 뿐입니다. 중앙정부에서 돈을 대어 협동조합을 돕는다는 정책은 어쩐지 못 미덥습니다. 사람들이 오순도순 사이좋게 지내면서 누리던 두레와 품앗이를 모두 망가뜨린 오늘날, 사람들이 도란도란 사이좋게 어울리면서 빛내는 마을살이를 몽땅 무너뜨린 오늘날, 돈으로 협동조합을 만드는 일이란 얼마나 즐겁거나 아름다울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자, 아직 하나 더 남았어.” 숲 속 친구들이 입을 모아 말했어요. 그리곤 모두들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죠. 하늘의 달님은 잠을 자고 있었어요 ..  (29쪽)



  노란 털옷을 달님한테서 선물로 받은 숲아이는 서로 힘을 모아 마지막 털옷을 한 벌 뜹니다. 구름한테도 들한테도 하늘한테도 서로 힘을 모아 털옷을 짠 숲아이는 ‘노란 털옷을 잔뜩 짜느라 고단해서 잠이 든’ 달님한테 털옷을 선물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주고받는 사랑일 수 있지만, 주고 또 주며 다시 주는 사랑입니다. 아니, 주거니 받거니 하는 틀이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 나누는 사랑입니다. 나누고 늘 나누고 새로 나누는 사랑입니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한테 베풀거나 주는 사랑이 아니라, 언제나 새롭게 나누면서 함께 웃는 사랑입니다. 4347.12.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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