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447) 약간의 10
처음에 루카의 아버지는 농장에서 일했고, 엄마도 바지와 재킷을 만드는 작은 직물 공장에서 약간의 페소를 벌었다
《카롤린 필립스/전은경 옮김-눈물나무》(양철북,2008) 42쪽
약간의 페소를 벌었다
→ 약간씩 돈을 벌었다
→ 조금씩 돈을 벌었다
→ 조금이나마 돈을 벌었다
…
한자말 ‘약간’을 그대로 두다면 토씨 ‘-의’만 손질해서 ‘약간씩’으로 적을 수 있으나, ‘若干’ 같은 낱말은 굳이 안 써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조금씩’이나 ‘얼마나마’를 넣어 줍니다.
적은 돈이나마 벌었다
많지 않은 돈이나마 벌었다
많지는 않아도 돈을 벌었다
겨우겨우 돈을 벌었다
이야기 흐름을 살펴보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부지런히 일하기는 하지만, ‘벌이가 대단하지 못하다’고 합니다. 애써 일해서 ‘적은 돈이기는 해도’ 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까스로’나 ‘겨우’ 같은 낱말을 넣어도 제법 어울립니다. 그리고, 서양에서는 “달러를 번다”나 “페소를 번다”처럼 쓸는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원을 번다”처럼 쓰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한국말로 글을 쓸 적에는 “돈을 번다”로 적어야 옳습니다. 4341.6.29.해/4347.12.24.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처음에 루카 아버지는 농장에서 일했고, 엄마도 바지와 웃옷을 만드는 작은 옷 공장에서 적은 돈이나마 벌었다
“루카의 아버지”는 “루카 아버지”나 “루카네 아버지”로 손보고, ‘재킷(jacket)’은 ‘웃옷’으로 손보며, ‘직물(織物) 공장’은 그대로 둘 수 있는 한편, ‘천 공장’이나 ‘옷 공장’으로 손보아도 됩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387) 약간의 9
나는 불가사리의 질감이 돋보이도록 약간의 그림자가 생기기를 원했다
《조나단 콕스/김문호 옮김-뛰어난 사진을 위한 접사의 모든 것》(청어람미디어,2008) 126쪽
약간의 그림자가 생기기를
→ 살짝 그림자가 생기기를
→ 살며시 그림자가 생기기를
→ 그림자가 조금 생기기를
→ 그림자가 가볍게 생기기를
…
그림자는 짙게 생기거나 옅게 생깁니다. 이 자리에서는 “그림자가 옅게 생기기를”로 적어 주어도 됩니다. 한편, 사진찍기 이야기를 하면서 그림자를 만들고 싶다고 하는 만큼, ‘살짝’이나 ‘살며시’나 ‘살그머니’나 ‘살짝살짝’ 같은 말을 넣어도 어울립니다. 4341.5.24.흙/4347.12.24.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나는 불가사리 느낌이 돋보이도록 살짝 그림자가 생기기를 바랐다
“불가사리의 질감(質感)이”는 “불가사리 느낌이”로 다듬고, ‘원(願)합니다’는 ‘바랍니다’로 다듬어 봅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845) 약간의 8
그는 연애에서 약간의 위안을 찾아냈다
《폴 란돌미/김자경 옮김-슈베르트》(신구문화사,1977) 75쪽
약간의 위안을 찾아냈다
→ 얼마쯤 위안을 받았다
→ 조금이나마 마음을 달랬다
→ 조금이지만 마음을 달랬다
→ 적잖이 마음을 추슬렀다
…
한자말 ‘위안’을 그대로 두고 싶다면 “얼마쯤 위안을 받았다”나 “조금쯤 위안거리가 되었다”처럼 손볼 수 있습니다. “약간의 위안”이란 없습니다. ‘위안’은 “위로하여 마음을 편하게 함”을 뜻하고, ‘위로(慰勞)’는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줌”을 뜻합니다. 그러니, 한국말로 손쉽게 “마음을 달랬다”나 “마음을 추슬렀다”나 “마음을 다스렸다”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4339.12.15.쇠/4347.12.24.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는 사랑을 하며 적잖이 마음을 달랬다
‘연애(戀愛)’는 ‘사랑’이나 ‘사랑놀이’로 다듬고, “위안(慰安)을 찾아냈다”는 “마음을 달랬다”나 “마음을 추슬렀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