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스기이 기사브로 감독 / 블루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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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

銀河鐵道の夜, Night On The Galactic Railroad, 1985



  하늘에 별이 빛난다. 밤에도 낮에도 별은 언제나 빛난다. 밤에 별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낮별을 볼 수 있을까. 낮에 별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밤별을 어떻게 바라볼까. 아침이 되어 동이 트면, 지구를 가장 밝게 비추는 해가 다른 뭇 별빛을 잠재운다. 그러나, 햇빛 사이사이 별빛은 이 지구별에 드리우고, 햇빛과 별빛을 고루 느낄 수 있는 가슴이 되면, 사람으로서 이곳에 서서 살아가는 뜻과 숨결을 읽을 수 있을 테지.


  이웃이 서로 아끼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별빛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동무가 서로 사랑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햇빛을 늘 보면서도 햇빛이 어떠한 숨결인지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더욱이, 오늘날 물질문명 사회에서는 해가 비추는 한낮에도 땅밑으로 파고들어 쳇바퀴 같은 일을 하면서 돈만 바라보는 얼거리가 된다. 낮에는 해를 잊고 밤에는 별을 잊는 도시살이인데다가, 학교도 낮과 밤을 잊은 채 대학입시로 아이들을 들볶는다. 어른도 스스로 깨어날 마음이 없지만, 아이도 스스로 깨어날 틈이 없다.


  만화영화 〈은하철도의 밤〉은 미야자와 겐지 님이 쓴 어린이문학 《은하철도의 밤》을 살뜰히 따르는 작품이다. 두 작품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려는가. 어린이문학과 만화영화는 미리내와 별과 해와 지구가 서로 어떻게 맞물리면서 삶이 태어나는지를 보여주려 하는가. 바로 사랑이고, 사랑을 가슴에 품는 즐거움이며, 사랑을 가슴에 품어 즐겁게 하루를 맞이하려는 슬기와 기운과 꿈이다.


  기쁨과 슬픔은 따로 있지 않다. 꿈과 사랑은 둘로 가르지 못한다. 웃음과 눈물은 한 사람한테서 함께 샘솟는다.


  아이야, 기운을 내렴. 어른아, 힘을 내렴. 우리 눈망울이 맑게 빛날 적에 우리가 두 다리로 선 이 지구별이 환하게 빛난다. 지구별이 환하게 빛날 적에 온누리에 새로운 미리내가 태어나서 다른 먼먼 별에 고운 빛물결로 흘러갈 수 있다. 지구로 찾아오는 고운 별빛처럼, 지구가 보내는 고운 별빛이 어우러지면, 어디에서 아름다운 이야기가 조물조물 깨어나면서 하얀 노래가 넘치리라. 4347.12.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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