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 씻기면서 나눈 말



  아침을 먹이고 나서 씻긴다. 아침을 차리면서 두 아이한테 먼저 알린다. 밥을 다 먹고 나서 씻자고. 밥을 다 먹으니 두 아이가 쪼르르 달라붙으면서 “씻어? 씻어?” 하고 부른다. “응, 기다려. 다른 일 좀 끝내고 씻자.” 아이들은 밥을 먹으면 끝이지만, 아버지는 밥을 먹고 밥상을 치우고 이것도 치우고 저것도 치운다. 두 아이를 씻기려면 이제 큰아이는 스스로 ‘갈아입고 싶은 옷을 골라서 가져오도록 할’ 수 있지만, 작은아이는 아직 아버지가 ‘갈아입힐 옷을 골라서 챙겨야’ 한다. 이것저것 다 마친 뒤 보일러를 돌린다. 작은아이가 뽀르르 달려온다. “보라는 내가 벗을래!” 용을 쓴다. 그렇지만 혼자 못 벗는다. “안 벗겨져!” “천천히 하나씩 벗으면 되지. 팔부터 빼고.”


  먼저 작은아이를 씻긴다. 작은아이가 다 씻을 무렵 큰아이가 씻는방으로 들어온다. 작은아이는 다 씻었으니 물기를 훔치고 옷을 입혀서 내보낸다. 이제 큰아이와 둘이 남는다. “등 다 밀었는데 왜 또 밀어?” “응, 더 시원하라고.” 한참 씻기면서 큰아이 다리를 문지르고 때를 벗기는데, 복숭아뼈가 제법 굵다. 이제 내 손아귀로 꽉 잡힌다. “벼리는 복숭아뼈도 많이 굵었네. 이것 봐. 앞으로 더 크겠는걸.” “아버지, 벼리는 이제 아기에서 벗어났어?” “응, 이제 벼리는 더 크려고 아기에서 벗어났지.” “벼리는 아기에서 왜 벗어났어?” “벼리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으니, 아기에서 벗어났지.” “아, 그렇구나. 그럼 보라는 왜 아직도 아기야?” “보라는 아직 네 살밖에 안 됐잖아. 보라는 앞으로도 더 자라야 아기에서 벗어나지.” 일곱 살을 마치고 여덟 살로 접어들 큰아이는 ‘아기에서 벗어난 나이’를 차츰 느끼는 듯하다. 서운해 할까? 기쁘게 여길까? 새롭게 맞이할까?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이한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테지. 그러나 큰아이는 스스로 안다. 날마다 몸이 자라서 이제 ‘큰아이가 좋아하던 옷’을 더 못 입고 동생한테 물려주어야 하는 줄 알아차린다. 자라고 다시 자라는 줄 언제나 느낀다. 4347.12.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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