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낯을 씻기
아이가 손수 낮오줌을 가리고 밤오줌을 가리기까지 몇 해가 걸리는가. 아이가 손수 수저를 밥상에 놓고 밥그릇을 치우기까지 몇 해가 걸리는가. 아이가 손수 걸레질을 하거나 설거지를 하기까지 몇 해가 걸리는가. 아이가 손수 낯과 손을 씻기까지 몇 해가 걸리는가. 하나씩 떼어서 보면 기나긴 해가 걸린다 할 만하지만, 하나씩 떼어서 기나긴 해가 걸린다 하더라도 아이는 한 가지씩 이루기까지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몸짓을 보여준다. 하루아침에 이루지 않고 차근차근 이루는 걸음걸이를 멋스럽고 상냥하게 보여준다. 하나부터 열까지 어버이 손을 빌다가,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가 손수 하는 삶이란, 도톰한 책 한 권이로구나 싶다. 하루하루 지켜보았으면 도톰한 책 한 권이 가슴에 깃들고, 아이가 다 커서 손수 이것저것 하는 모습만 본다면 가슴에 아무것도 깃들지 않겠구나 싶다.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를 지켜보는 어버이도 언제나 무럭무럭 자란다. 4347.12.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