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하는 뒤에서 부르는 소리
복복북북 비비면서 한창 빨래를 하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난다. 네 살 작은아이가 바지를 살살 흔들면서 “여기, 바지.” 하고 한 마디 한다. “무슨 바지?” 하니까 “젖었어.” 한다. 젖은 바지를 작은아이 스스로 벗은 다음 새 바지로 갈아입은 듯하다. 바지 갈아입자면 안 갈아입더니, 바지를 벗자 하면 혼자 못 벗는다느니 혼자 못 입는다느니 하고 징징거리던 작은아이인데, 혼자 벗고 혼자 입었다.
빨랫감이 한 점 늘지만 재미있다. 아직 오롯이 혼자 벗고 입지는 못할 테지만, 작은아이는 이렇게 차근차근 하나씩 새롭게 익히면서 자란다. 씩씩하게 자라고 멋지게 큰다. 바지를 혼자 벗고 입으니 이듬해에 다섯 살이 되면 혼자 웃옷도 벗고 입을 수 있을까? 잘 해 보렴, 모두 다 할 수 있어. 4347.12.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