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893) 예전의 1


그곳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자전거들이 줄지어 서 있던 예전의 모습은 낭만적이었다

《자전거가 있는 풍경》(아침이슬,2007) 97쪽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 예전 모습이 사라졌다

→ 예전에 본 모습이 아니었다

→ 예전에 없던 모습이었다

→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



  ‘예전’이라는 낱말 뒤에는 토씨 ‘-의’를 붙이지 않는 한국말입니다. 아니, 토씨 ‘-의’를 붙일 일이 없습니다. ‘지난날’이나 ‘앞날’도 이와 마찬가지이고, ‘예’로만 쓸 적에도 그렇습니다. “지난날 모습”이나 “앞날 모습”으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지난날의 모습”이나 “앞날의 모습”으로 적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지난날의 모습”이나 “앞날의 모습”처럼 토씨 ‘-의’를 붙이는 사람이 자꾸 늘어납니다. 알맞지 않은 말투가 알맞지 않은 줄 느끼지 않고, 올바르지 않게 글을 쓰면서 올바르지 않은 줄 깨닫지 않습니다.


 예전의 모습은 낭만적이었다

→ 예전 모습은 아름다웠다

→ 예전 모습은 살갑고 좋았다

→ 예전에는 아름다웠다

→ 예전에는 살갑고 좋았다


  자전거가 아름답게 있던 예전 모습을 떠올리면서 오늘날은 자전거가 아름답게 있지 못한 모습을 바라봅니다. 어쩌면 이와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나 스스로 수수한 삶을 내버리면서 수수한 말 또한 내버립니다. 아기자기하고 수수한 삶을 등지기에 아기자기하면서 수수한 말을 등집니다. 삶대로 말을 하고, 말은 다시 삶을 이룹니다. 말이 말다울 수 있도록 제자리를 찾고, 삶이 삶다울 수 있도록 제자리를 찾을 노릇입니다. 4340.1.17.물/4342.12.30.물/4347.12.1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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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자전거가 줄지어 선 예전 모습은 사랑스러웠다


“자전거들이 줄지어 서 있던”은 “자전거가 줄지어 선”으로 손질합니다. ‘낭만적(浪漫的)’인 모습이라고 할 때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합니다. 그냥 “낭만적인 느낌”인가요? 보기 좋다든지, 사람 냄새가 난다든지, 살가움을 느낄 수 있다든지, 아름답다든지, 넉넉하거나 느긋해 보인다든지, 오순도순 수수하게 어울리는구나 싶다든지, 즐거운 모습이라든지, …….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우리 느낌을 담아낼 수 없기에 ‘낭만적’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지 궁금합니다. 이 낱말이 아니고는 자전거가 줄지어 서던 모습이 어떤 느낌으로 내 가슴에 아로새겨졌는가를 나타낼 수 없는지 궁금합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09) 예전의 2


코스차는 더 이상 예전의 산만한 아이가 아니었다

《니콜라이 노소프/엄순천 옮김-내 친구 비차》(사계절,1993) 177쪽


 예전의 산만한 아이

→ 예전처럼 방정맞은 아이

→ 예전같이 어수선한 아이

→ 예전에 보던 아이

 …



  더는 예전과 같은 아이가 아니라면 어떤 아이가 되었을까요. 이제는 새로운 아이가 되었다는 뜻일 테지요. 이제는 다시 태어난 아이가 되었다는 뜻이며, 이제는 새롭게 거듭난 아이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예전처럼 방정맞은 아이”로 적을 수 있고, “예전에 보던 아이”로만 적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전에 보던 아이”나 “예전 같은 아이”라고만 적어도 ‘예전 모습을 한꺼풀 벗고 새로 깨어난’ 모습인 줄 알아챌 수 있어요. 그리고 “코스차는 이제 새로운 아이가 되었다”처럼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4347.12.1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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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차는 더는 예전처럼 방정맞은 아이가 아니었다


“더 이상(以上)”은 “더는”으로 다듬고, ‘산만(散漫)한’은 ‘어수선한’이나 ‘방정맞은’으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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