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 스페셜 에디션 (2disc) - True Classic
빅터 플레밍 감독, 주디 갈랜드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 1939



  어릴 적에 텔레비전으로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여러 차례 보았다. 만화영화로 나온 〈오즈의 마법사〉도 즐겨보았다. 두 아이와 함께 새삼스레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보는데, 내가 어릴 적에는 이 영화에 흐르는 ‘노래’는 거의 귀여겨듣지 않았다고 깨닫는다. 집이 날아가고, 도로시가 동무를 만나고, 도로시네 동무들이 무슨 일이든 두려움에 벌벌 떨고, 날개 달린 원숭이가 하늘을 까맣게 덮고, 두 마녀가 뜬금없다시피 바보스레 사라지고, 빨간 구두를 톡톡톡 치고, 이런 모습만 드문드문 떠오른다.


  나는 어릴 적에 무엇을 보았을까. 나는 어릴 적에 영화를 보기는 보았을까. 내가 뛰놀고 사는 우리 집에서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채, 내가 앞으로 살아갈 길을 제대로 그리지 못한 나날은 아니었을까 하고 곰곰이 돌아본다.


  영화에 나오는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을 타고 집채와 함께 새로운 곳으로 갈 수 있던 까닭은 제 꿈을 노래에 담아 늘 부르면서 언제나 마음에 담기 때문이다. 마음 깊이 살가운 동무를 바랐기에 동무를 만나고, 동무들과 어떤 일을 이루고 싶기 때문에 동무들과 사이좋게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면서 이를 어떻게 이루는가 하고 알아차렸기에 도로시가 스스로 바라는 대로 다시금 ‘새로운 곳(우리 집)’으로 돌아간다.


  마법이란 무엇일까. 남이 못하는 일을 짠 하고 하루아침에 해내는 솜씨가 마법일까? 어느 모로 본다면 이렇게 볼 수 있을 테지만, 마법이란 스스로 온마음을 기울여 삶을 바꾸는 하루라고 느낀다. 스스로 온마음을 기울여 삶을 바꾸면 어떻게 될까. 기쁘게 웃고 노래할 테지. 삶을 스스로 바꾸면 아주 기쁘고 신이 나면서 춤을 추고 기운이 넘칠 테지. 어떤 부자도 ‘웃고 노래하는 사람’처럼 넉넉하거나 너그럽지 못하다. 어떤 권력자도 ‘웃고 춤추는 사람’처럼 기운차거나 씩씩하지 못하다. 어떤 글쟁이나 지식인도 ‘웃으며 노는 사람’처럼 멋스럽거나 아름답지 못하다.


  ‘무지개 저편’이나 ‘무지개 너머’를 헤아려 본다. 이곳에서 보기에 저곳이 무지개 너머가 될 텐데, 저곳에서는 바로 이곳이 무지개 너머이다. 오늘 이곳에 있는 내가 저곳을 그린다고 하면, 저곳에 있는 너는 바로 이곳을 그린다. 내가 그리는 저곳, 그러니까 무지개 너머로 가자면 나는 마음속에 깃든 앙금이나 응어리를 스스로 지우거나 털면서 새로운 넋이 되어야 한다. 가방을 싸들고 내뺀다고 해서 일이 풀리거나 말썽이 사라지지 않는다. 똑바로 바라보면서 마주하고 지켜보아야 비로소 스스로 거듭난다. 뛰어난 마법사한테 찾아가야 이루는 마법이 아니라, 내가 나를 바꾸어야 이루는 마법이다. 그러니까, 나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어릴 적에 여러 차례 보았어도 어느 대목이든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면서 ‘날개 달린 원숭이’만 무서워 할 뿐이었는데, 어른이 되어 아이들과 이 영화를 다시 볼 적에는 ‘내가 나답게 거듭나는 길’을 어느 만큼 슬기롭게 바라볼 수 있었을까 궁금하다. 나는 나한테 사랑스럽고 반가우면서 아름다울 무지개 너머를 어떻게 노래할 수 있을까. 새벽별이 구름 사이로 드문드문 빛나는 새까만 하늘을 올려다본다. 방바닥에 불을 넣는다. 4347.12.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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