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맞은 봄까지꽃



  우리 집 네 사람이 전남 고흥에 뿌리를 처음 내린 뒤 가장 먼저 마주한 ‘봄꽃동무’는 ‘봄까지꽃’이다. 해마다 1월 언저리부터 이 꽃을 만나고, 이 꽃을 만날 무렵이면 ‘고흥에서는 겨울이 저무는구나’ 하고 여겼다. 그런데, 올해 섣달에 봄까지꽃을 만난다. 십일월에 너무 일찍 싹이 터서 줄기가 올라왔고, 십일월 끝자락에 봄까지꽃나물을 먹기는 했지만 섣달이나 일월이 걱정스러웠는데, 이 작은 아이가 꽃망을을 파랗게 틔울 무렵 그만 고흥에 눈이 살포시 찾아온다. 다른 고장보다 넉넉히 포근한 고흥이니 눈이 내려도 1밀리미터쯤 오고 그칠 뿐 아니라, 겨울볕이 나면서 거의 다 녹고 사라지지만, 시린 겨울을 딛고 봄을 부르는 아이가 눈을 맞으면서 덜덜 떠는구나 싶어 안쓰럽다. 네 작은 꽃송이에 얹힌 눈송이가 무겁지는 않니? 네 작은 꽃송이가 눈송이를 얹다니 대견하구나. 더 기운을 내어 씨앗까지 맺으렴. 더 힘을 내어 한겨울 따사로운 해님을 부르렴. 4347.12.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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