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끝내기와 ‘옳게’ 끝내기
아직 밝힐 수 없는 어떤 일을 푸느라 지난 금요일 저녁부터 몸살을 앓는다. 밥 한 술도 물 한 모금도 못 마신다.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 주면서 나도 한 술을 떴다가 배앓이를 하고, 목이 타는 듯해서 물 한 모금을 마시면 또 배앓이를 한다. 무엇을 먹든 안 먹든 두세 시간마다 물똥을 눈다. 아무것도 안 먹어도 물똥이 제법 나온다.
나흘째 몸살을 앓으면서 곰곰이 생각한다. 이번에 찾아온 일을 ‘빨리’ 끝내야 하는가 ‘옳게’ 끝내야 하는가.
몸에서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면, ‘빨리’ 끝내고 싶다. 이 일을 빨리 끝낸다면 몸은 쉬 나아지리라 본다. 그러나, ‘옳게’ 끝내지 못할 테니, 뒤탈을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한다. 더는 몸이나 마음을 안 써도 될 테지만, 앞으로 몸이나 마음이 좋을 수 있을는지 알 길이 없다.
마음에서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면, ‘옳게’ 끝내고 싶다. 이 일이 언제 끝나더라도 ‘옳게’ 끝내면, 바로 이때부터 몸과 마음은 환하게 새로 열리겠구나 하고 느낀다. ‘옳게’ 끝내려 하면, 빨리 끝날 수 있고 늦게 끝날 수 있지만, 아무튼 틀림없이 ‘옳게’ 끝날 뿐 아니라 아무런 탈이 없을 테지.
자리에 누워서 쉬자. 삼십 분쯤 쉬고 나서 아이들 데리고 마을 샘터에 가서 물이끼를 걷자. 그러고 나서 밥을 차려서 아이들끼리 먹으라 한 다음 다시 쉬고, 차근차근 지켜보자. 나와 우리 식구한테 찾아온 이 일이 ‘옳게’ 끝날 수 있도록 마음을 오롯이 기울이자. 내가 할 일은 몸을 쉬면서 마음을 기울이는 한 가지라고 느낀다. 4347.12.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